준식이가 전날 미리 이 동네 부동산 중개소에 들려서 자초 지종을 이야기해 놓은 터라 다시 편하게 중개소를 찾아 들어가서 상황 설명을
했다. 그런데 곁에 계시던 어머니께서 ‘니시오가’라는 말씀을 하시자 그 중개사가 금방 알아듣는다. “ 아! 니시오가상 데스까?”
그동안 ‘요시도(다)’라고 찾았던 것은 성이 아니라 이름이었던 것이다. 이름을 성으로 알고 전 날 헛 고생 한 준식이가 황당해하면서
긴 한숨을 쉬며 잘못된 정보를 알려준 나를 원망한다. 하여간 뭔가 일이 생길듯한 조짐이 보였다.
그 중개사는 금방 알아듣고 수첩을 보더니 전화를 건다. (동네 주소와 전화번호를 다 수첩에 적어놓은 것 같다.) 그리고는 통화하는데
그 내용을 대강 들어보면 한국에서 온 바구상 (박씨) 집안을 기억하는 듯 했다. 우리 삼형제 이름이 수화기로 들려왔다. ‘용궁’ ‘훙궁’ ‘준식’상 ... 마침 또 오늘 멀리 살고 있는 아들 ‘요시도’ 가 집에 와있단다. 일이 생각보다 멋지게 전개되어갔다.
우리는 오후 2시로 잡힌 약속시간까지 기다리면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중개사의 추천으로 후미진 곳의 식당을 들어갔는데 아주 맛난 전형적인 일본식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물론 음식 양은 여전히 적었다. 식사후 따가운 햇살을 피하면서 과거의 추억을 따라 천천히 걸어올라갔다.
막내 준식이가 탄 유모차를 어머니가 밀고 나는 동생 훈근이를 뒤에 태우고 자건거 타면서 수없이 지나온 길들이다. 참 작게 보였다. 중간에 보이느 화려한 맨션을 보시고 어머니께서는 하나도 안변했다고 놀라셨다. 옛날에 이곳은 비싸서 못 들어가고 지코엔 맨션으로 들어가셨다고 말씀하셨다. 사실 이곳에서도 당시에는 한국 사람이 세 들어오는 것을 껴렸다고한다. 약간의 헤맴 끝에 우리의 과거 집을 찾았다. 건물 외장이 바뀌어 다소 천박하게 변하긴 했지만 건물 자체는 그대로다. 증축도 리모델링도 안하고 그대로다. 내가 자건거를 배운 주차장도
그대로고 우리가 살던 301호도 그대로 였다.
( 우리살던 301호 앞. 자전거 배운 주차장 그리고 옥상의 모습 )
옥상에도 올라가고 싶었지만 문이 잠겨있고 관리실에 부탁해도 문을 열어줄 수 없다한다. 그곳에서도 사진 한 장 찍고 싶었는데 아쉽게 못하고 말았다. 그래도 내가 40여년 전에 살던 곳에서 과거 내 나이보다 조금 더 큰 막내 수진이와 같이 있다는 것이 참 신선한 기쁨이었다. 어머니께서도 감회가 남다르셨을 것이다. 아버지가 같이 오셨으면 정말 좋았겠다 싶었다. 많이 생각났다.
더위에 지쳐서 약속시간을 기다리는 가족을 두고 나는 과거 사진과 일치가 되는 곳을 찾아 돌아다녔다. 40여년의 시차를 두고 같은 사진으로 남기는 작품을 이번 기회에 많이 만들고 싶었다. 이번에 아버지의 일을 겪으면서 보니 결국 남는것은 사진 뿐이였다.
( 중간에 건물들이 높아져서 저 멀리 보이던 지코앤 맨션이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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