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코앤 맨션의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나니 드디어 약속시간 2시가 되었다.
우리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정확한 시간에 니시오가상 집문으로 걸어가는데 문 앞에 앉아있던 어떤 남자가 뭐라 소리지르면서 달려오는것이다. 앞에 갔던 준식이를 반갑게 안고 다음에는 내게 달려와서 반갑게 안아준다. 얼굴을 보니 그 집 형제중 형인 요시도상이다.
40여년의 세월이 그 곱상한 얼굴을 주름 많은 중년으로 만들어서 순간 당황했지만 분명히 나보다 한 살 아래이던 요시도였다. 우리를 너무
반갑게 대해줘서 황송할 따름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참 감정 표현이 풍부한 착한 친구다.
뒤이어 대문을 들어서려니 (과거 기억의 대문과 거의 같았다.) 요시도의 부모님께서 나오셨다. 백발의 노인이 되셨지만 아버지 어머니의
얼굴이 그대로 있었다. 그 분들도 우리를 알아보시고 반가와 하셨다. 우리 어머니는 요시도 어머니를 얼싸안으면서 반가와 하셨다.
준식이는 중간 중간에 통역을 하느라 고생하는데 나는 그저 말없이 헤벨래 웃고만 있었다. 서로들 무슨 대화를 하는지도 그저 짐작일 따름
그냥 꿀먹은 벙어리처럼 웃고만 있었는데 그래도 과거로 회귀한 듯 한 묘한 기분이었다.
( 40여년전 정원의 고무풀에서 노는 요시도 동생과 준식이 )
( 40여년만에 찾은 니시오카상 집 정원. 지금도 여전히 멋지다.)
그 넓던 정원은 작고 아담해보였고 담장도 낮아졋졌다. 우리는 과거 고무풀 있던 자리에 서서 단체로 사진 한 장 찍었다. 뭔가 모를 뜨거운
기운이 솟아나는 얼떨떨한 흥분의 연속이었다. 정신없이 일본어가 사방에서 날아온다.
( 41년만의 상봉인 어머니와 니시오가상 )
안내를 받아 집으로 들어가니 벌써 우리 가족이 나와 있는 과거 앨범을 다 찾아서 펼쳐놓으셨다. 앨범도 참 깨끗하게 잘 보관하시는 모습에 일본사람의 깊은 정성을 느꼈다. 우리 집과거 앨범은 그동안 이사하면서 다 흐뜨러져 있는데 말이다. 맛난 커피와 과자를 내오시면서 화기애애한 대화가 오고갔다. 물론 오로지 준식이만 일본말로 통역하면서 대화를 이끝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동안 가만히 계시던 어머니께서 일본말을 하시기 시작하시는 것이다. 본인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오면서 말문이 터졌다. 들리는 일본어를 다 이해할 수 있다고 하신다. 일본에서 오셔서 한 번도 일본말을 안 하셨는데 40여년 만에 말문이 트인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나는 비록 말은 못했지만 이분들과 눈빛으로 대화하면서 이분들의 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 당시의 피아노를 나역시 집에 지금도 가지고 있지만 이분들도 그때의 피아노를 가지고 계셨다. 요시도와 같이 피아노를 배웠다면서 나보고 쳐보라는데 난 어째 일본어도 그렇고 피아노도 그렇고 지금가지 유지되고 있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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