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의 가장 중요한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기차 밖의 풍경이 참 편안하다. 준식이와 수현이는 과거부터 알던 일본인 지인의 초대로
중간에 내려서 갔다. 참 발도 넓은 동생이다. 우리는 오사카 역에 무사히 내리고 숙소까지는 한참 걸었지만 기쁜 마음에 지칠줄 몰랐다.
중간에 편의점에서 과일과 푸딩 그리고 일본 맥주를 샀다. 옛날에 맛있게 먹던 바로 그 푸딩이었다. 가게를 나와 길거리에서 바로 수진이와 맛나게 먹어보고 있으려니 40여년 전의 내가 지금의 수진이와 같이 푸딩을 먹는 듯한 미묘한 생각이 들었다. 혀끝으로 느껴지는 그 맛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이래서 와인을 사람들이 좋아하나보다. 나폴레옹이 전쟁 전야에 맛보던 그 맛은 지금도 느낄 수 있다고 자랑하지
않던가.
어머니와 수진이는 숙소로 들어가 쉬시도록 하고 나는 내 방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오사카의 석양을 보며 시원한 맥주를 들이킨다. 정말 분위기 최고다. 28층 호텔방 창가에 혼자 앉아 시내를 내려보면서 시원한 맥주를 먹는 그맛. 그것도 40여년 만에 만난 니시오카상 가족과 영화처럼 만나고 왔으니 너무나 행복한 순간이었다. 오사카역을 지나는 기차는 소리 없이 조용히 저 밑에서 지나다닌다.
우리의 지나온 과거 세월처럼...
( 이렇게 짧게 일하면서도 병원이 운영이 되는 일본이 부러울 따름이다.)
준식이는 조금 늦은 저녁에 돌아왔다. 히로 라는 아사히 신문 기자인데 주말 부부로 참 재미있게 산다고 한다. 우리는 오사카의 마지막
저녁을 맛나고 멋지게 보내기 위해 큰 식당 상가로 갔다. 시내의 식당이기에 다 그렇고 그런 것이지만 그래도 지극히 일본적은 곳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5사람이 각자 고민하여 고른 음식이 대부분 좋았지만 역시 양을 적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오늘 있던 일들을 서로 재미있게
이야기하면서 식사를 했다. 물론 인증 샷도 찍었다. 어머니는 갑자기 기회 있을때 마다 일본말을 하시기 시작한다. 참 신기한 일이다.
갑자기 일본 말들이 다 귀에 들린다 하신다. 나도 몇 달 죽어라 하면 그렇게 되려나?
준식이와 나는 피곤하다는 다른 가족을 숙소로 보내고 일본 라멘집을 찾아 좀 걸었다. 배고 고프고 무엇보다 일본 라멘을 안먹을 수는 없었다. 물어물어 찾가니 골목 상권에 작고 허름한 라멘집에 몇군데 보였다. 바로 이런 곳이다. 우리는 앉아서 주문하니 마지막 주문이라고
더 시킬 것 있으면 지금 해야한다고 한다. 우리는 매운 라면과 인기제일이라는 라멘을 시켰다. 나온 라멘은 진하고 맛있었다. 뭔가 얼큰하면서도 진득한 맛이었다. 와인으로 치면 full body 한 맛이었다.
오사카에서의 마지막 밤을 아쉬워하며 준식이와 숙소로 돌아왔다. 밤은 고요하고 간간히 일본말이 들린다.
많이 행복하고 또한 무척 아쉬운 저녁이다.
사람 탓에 우울했고
사랑 덕에 행복했던 순간들.
사람은 날 강하게 단련 시켰고
인연은 더욱 삶을 풍성하게 해줬다.
건강을 유지하면서 추억을 계속 만들어 나아가야겠다.
나만의 여러 가지 형태로 말이다.
그때 그때의 참신하고 멋지고 새로운 형태로 말이다.
========================== to be continued ===================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40여년만의 일본 추억여행 (10) 에피소드 (0) | 2014.10.20 |
---|---|
40여년만의 일본 추억 여행 (9) (0) | 2014.09.17 |
40여년만의 일본 추억 여행 (7) (0) | 2014.08.30 |
40여년만의 일본 추억 여행 (6) (0) | 2014.08.30 |
40여년만의 일본 추억 여행 (5) (0) | 2014.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