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그렇듯 귀국해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한동안은 형편없는 간이 의료소와 소박하고 어리숙한 그곳 원주민들의 천친난만한 표정이 그립다.
우리 집 좋은 음식도 오히려 잘 받지 않고 골프 치다 삐끗한 분들을 다시 친절히 보려면 시간이 다소 걸린다.
이번에도 착하고 성실한 의료진들과 많은 경험을 같이하였다. 같이한 우리의 미래인 대학생들의 헌신적인 노력도 나를 기쁘게 했다.
그런 사람들과 동행하다보면 세상은 참 살만한 곳이라 다시금 되새긴다.
사무국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항상 조금은 부족한 것이 해외 진료지만 이번 라오스는 통역이 큰 문제였다.
과거 중국, 몽골, 인도, 베트남등은 영어로 통역해주는 분들이 많아 환자 진료에 별 문제가 없었는데 이곳 라오스는 너무 시골이라
그런지 영어가 가능한 분이 거의 없어서 순간 당황했다.
(사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하는 영어수준이 나와 비슷하다는데 참 할말이 없었다. 난 뭘 했는지..ㅠㅠ )
하지만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외과의사의 특성상 소수의 통역 요원을 내과와 치과로 보내고 밀어부치니 어느정도는 가능했다.
간혹 꼭 필요한 경우 불러다가 통역을 부탁하곤 했다.
간이 진찰 의자에 앉아 두손모아 다가오는 환자를 반갑게 대한다.
“싸바이디“ ( 안녕하세요 )
“낭롱” ( 이리 앉으세요 )
“짜오쩹 싸이버?” ( 어디가 아파요?)
“젭 ? 머젭?” (아파요 ? 안아파요? )
- 갖은 표정을 지으면서 아픈 부위를 손으로 가리킨다.
일단 표정으로 그 통증 기간을 예측하고
저리다 ( 먼~먼~ ) 는 말이 길수록 그 강도가 심하다고 해석한다 -
- 일단 직접 검진해보면서 이상소견을 파악하고 주사여부를 결정한다.-
“짜우똥 까안 싹야?” ( 주사 맞으실래요?)
- 평생 처음 주사맞아보는 사람이 많아 표정이 심각하다.-
“위똥까문” ( 걱정 마세요 )
- 근육이나 관절 통증 주사를 놔준다.
특히 어깨 부위의 효과는 참 좋아 서로가 기분 좋았다.-
“ 넨 쌈라디 ” ( 30초간 누르세요 )
“라이라오 야디” ( OK 좋은약입니다 )
진료 받고 참된 모습의 인사말을 듣는다.
“컵 짜이 라이라이 ” ( 감사합니다.)
그러면 옆의 해피무브 자원 봉사 학생이 확실히 마무리 정리를 한다.
“홍 토우 파이” ( 옆으로 가세요)
“바이오우야” ( 약국으로 가세요)
“야 쨋완 ” (7일치 약입니다)
“ 라퀀 " ( 안녕히 가세요 )
- 참 우리나라 학생들 똑똑하고 착하다 -
이렇게 반복되길 수백명.
총 6 일의 현지봉사 기간동안 내,외과와 치과환자로 총 3000여건을 봤으니 마지막 날은 저녁 먹고 완전 뻗었다.
젊은 의료진 친구들은 멀쩡하게 저녁 시내 구경 갔으니 내 천하의 체력도 세월따라 아지랑이 되나보다 싶었다.
한국에 돌아오니 반가운 가족과 좋은 시설의 내 병원 그리고 나를 믿고 따라주는 귀중한 환자분들이 있어 행복하다.
그래도 다시 떠나고픈 또 하나의 추억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일한다. 아직은 시동이 잘 안걸리지만.
“ 커 하이 쏙리” ( 행운을 빕니다 )
2012.1.17 라오스 체중계
여행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