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

무례와 실례사이

요즘 자신의 고민을 공개해서 상금을 타가는 방송 프로그램을 간혹 본다.
극히 개인적인 일로 과거 같으면 그냥 숨기기 급급할 일을 만 천하에 공개한다.
더 신기한 것은 그 공개되는 당사자도 창피함 없이 출연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상금 때문에?

직장 상사에게 함부로 대드는 속없는 여직원이 상사와 같이 출연하고 전혀 꿀림이 없다. 오히려 꼬박꼬박 말대꾸하는 여직원 때문에
그 상사는 대 국민적으로 창피를 당한 꼴이 되었다. 저렇게 위계질서가 없는 회사가 가능한가 싶다.
자기 멋에 취한 남편의 왕자 병을 하소연 하는데 이 남편을 보니 거의 자아 도취의 정신병 수준이다.
과연 이렇게 방송을 한번 타고도 사회생활에 문제가 없을까?
모든 음식에 엄마의 지나치게 주관적인 요리철학이 있어 도저히 먹을 수 없는 것을 가족들에게 강요해서 엄마의 기행을 막아보고자 하는경우나 병원을 못가게 하고 무조건 비타민으로만 치료하려는 편집병적인 엄마의 집착을 막기위해 출연하기도한다.
나머지 온가족의 애타는 마음의 노력이라 생각하지만 자신이 창피 당할 것을 알면서도 출연하는 그런 분위기가 참 신기하다.
몸을 씻지 않는 여자친구에 대한 하소연이나 부모님이 동생을 돌보지 않아 하소연하기 위해 출연한 초등학생이나
지저분한 인형을 수년째 옆에 끼고 사는 여자 찬구, 월급의 70% 이상을 복권사는데 쓰는 남자친구등 참 이해가 안가는 경우가 많다.
도대체 주인공이 되는 당사자는 어떤 생각으로 같이 출연할까?

사람들이 용감해진 것인지 아니면 체면을 잊어버린 것인지 분별할 수가 없다.
요즘 갖은 욕설을 섞어가면서 기본적인 교양도 없이 떠드는 내용으로 인기리에 방송되는 것들이 있다.
대리만족의 표현이라고 우아한 표현을 하지만 사실 말 그대로 뒷골목 술집의 취중 막말수준이다.
보수의 선봉장이라 할 수 있는 엘리트 판사 집단 쪽에서도 인간의 기본권을 내세워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순화되지 않은 언어를
공개적으로 표현한다.
그것도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개인 실명으로...
요즘은 막말 개그의 원조인 김구라씨가 오히려 점잖은 편이다.
이러다 보면 우리나라도 생방송중에 서로 다투면서 주먹질하는 것 까지 다 보여주는 서양의 프로그램과 같은 것이 곧 나올 것 같다.

무엇이 우리 사회를 이렇게 아프도록 날카롭게 만들었을까?
학교에서는 선생님 앞에서 학생들이 못하는 짓이 없고 길거리의 연장자에 대한 조심성도 없는
안하무인의 무뇌성 젊은이들이 갈수록 많아진다.
연장자들은 똥 피하듯 무관심하니 모든일들이 악순환이다. 정치인들의 잘못은 다 관행으로 넘어가고
공무원들의 탁상행정은 인력과 예산부족으로 인한 불가피한 정책 실수로 다 덮어진다.
공공 기금의 방만한 운영 실패는 고통 분담이라는 구호아래 유야무야되고 세상의
존경은 봄철 아지랑이처럼 아련히 사라져 하늘로 올라간다.

국가와 종교에 정신이 귀속되어 개인보다 전체를 중요시하던 과거 17세기 이전을 지나 18세기가 되면서 인간의 감정을 중요시하게 되었다.

일상 생활에서 사랑을 표현하고 사랑의 가치를 문학으로 표현하면서 개인과 가족을 중요시하기 시작한 것이 이제 갓 200여년 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 단계를 너머 오직 야성적인 개인만 생존하고 도덕이 기반된 전체가 사라지는 완전한 정글속 약육 강식의 세상이 다가 올 것 같다. 그곳에는 국가도 국민도 가족도 없다. 오직 개인 뿐인다.
우리도 밤 10시 넘어 밤거리 다닌 것으로 범죄의 대상이 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올까?
난 무엇을 준비해야하는가? 우리 아이들에겐 무엇을 남겨줘야할까?
2012.2.15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날개 꺽인 청춘들  (0) 2012.03.03
소문난 집  (0) 2012.02.29
트럼펫  (0) 2012.02.17
오늘보다는 더  (0) 2012.02.15
각자의 자리  (0) 2012.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