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5일
언제나 그렇듯이 아버지 상태를 보기 위해 오늘 아침 6시에 피검사후 1층 영상의학과 촬영실로 내려가서 복부와 가슴 사진을 찍었다.
복수보다는 암모니아 가스로 인한 복부 팽만이 원인이니 오늘도 관장을 계속 해야 한다고 아침 회진 때 설명 들었다. 항상 똑같은 상황이
반복 된다. 아버지의 마음이 얼마나 답답하실까? 회복을 위한 치료가 아니니 더욱이 너무나 덧없다. 하지만 오히려 정신이 약간 혼미한
지금의 상태가 오히려 아버지에게는 다행이다 싶다. 이제는 신장 투석 이야기가 나온다. 이제는 퇴원이 문제가 아니다. 점점 끝을 향해서
달려가고 계신다.
저녁 회진 후 음식물을 끊기로 하셨다. 환자의 정신이 정상이 아니어서 식사 중에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갈 수 있기에 영양제로 대체한다.
간성 요산 성 혼수가 조금씩 있으시고 신장 투석도 체력이 버티시지 못할 것이기에 안하기로 했다. 의료진들이 마음의 준비를 하라한다.
그래도 왠지 아직은 아니라는 기대로 그냥 흘려 들었다. 준비하라는 이야기는 처음 암 진단때부터 들은 이야기이니까말이다.
오후에 갑자기 숨이 차 하셔서 산소 포화도를 측정하니 90이하로 낮다. 바로 소변 줄을 꼽고 이뇨제를 맞으셨다. 폐에 고인 물을 빼야
숨차신 것이 좋아지니 말이다. 3 litter 산소 호흡기를 달아드리니 많이 안정은 되셨는데 귀찮아서 자꾸 떼시려한다.
아버지가 갑자기 앉으셔서 중얼거리신다. ‘어떻게 하지? 큰일이네 어떻게 하지?’
어떤 느낌이 오시는 것 같다. 혼자서 견디시는데 내가 도와드릴 것이 없다. 등을 두드려드리고 부채로 땀을 식혀드릴 뿐이다. 침대를 조정해서 계속 앉았다 누웠다 반복해드린다.
걱정이 되어서 집에 갈 수가 없었다. 오늘 무슨일이 생길 것 같았다. 하지만 여러 과정을 다 견디시고 다행히 새벽 3시경이 되어서야 조금
안정 되셨다. 나는 간병인과 교대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어두운 병원 주차장에 쪼그려 앉아 담배 한대를 피웠다. 아버지는 숨차서 힘들어 하시는데 아들은 폐에 연기를 뿜어 넣고 있다. 그래도 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 허망하다. 정말 아무 생각이 없이 하루하루가 황당하게 지나가고 있다. 의사 아들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이제는 화장실을 못가시지만 오히려 소변 줄 꼽아 놓으니 편하실 것 같다. 완전히 침대에서 하루종일 생활 하시게 되었다. 욕창을 조심해야하니 간병인도 엉덩이 부근과 발 뒷꿈치를 자주 마사지 해드리고 있다.
새벽길은 참 고요하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세상은 새벽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6월 6일
그저께 오전에 어머니와 휠체어 타시고 화사한 날씨 속에 바깥 나들이 잠깐 하신 후 오후부터 서서히 계속 나빠지고 계신다. 미국의 동생들이 비행기 예약하고 오기로 했다. 다들 다음 주 화, 수요일에 도착한다. 아버지와의 의사소통이 자연스럽지는 않지만 상태는 다시 많이 안정되셔서 숨차하시지는 않는다. 간혹 몇 일 전 교회에서 오셨던 분들을 기억하시고 질문에 대한 대답도 단편적으로 하셨다. 정신이 오락가락 하신다. 오늘은 현충일이다. 하늘은 좋다. 멀리 북한산도 잘 보이는데 아버지의 앞날은 점점 불투명해진다.
간병인 이야기로 말기 암 환자는 결국에는 피부에도 통증을 느껴 사지를 주물러 드릴 수도 없이 아파하는데 아버지는 다행히 팔다리는 괜찮으셔서 안마해드릴 수 있다 한다. 나도 하루 종일 안마해드리는데 통증은 없이 계속 주무신다. 배만 건들이지 않으면 괜찮으신것 같다.
하지만 잘못 건들이면 인상 쓰시면서 무척 오랜기간 아파하신다. 욕창 방지를 위한 등 마사지 위해 자세 수정도 힘들어졌다.
6월 7일
아침부터 우리 삼형제 카톡방이 난리다. 아버지의 상황에 따라 비행기를 예약해야하는데 미국 현지의 직장 문제도 많이 걸리는 것 같다.
그래도 가능한 임종을 지키는 것이 좋으니 무리해서라도 오라고 했다. 하긴 누구보다도 더 빨리 아버지 곁에 오고 싶어할 것이다.
어제는 소변 줄을 뽑으려 하셔서 소변이 좀 새어나왔고 설사하신 것 말고는 문제 없었다. 소변줄이야 유지 되어있으니 좋고 관장 안 해도
설사 나와 개스가 빠졌을테니 다행이다. 이제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은 상태다.
드디어 수치상 신장 기능이 최하 단계로 떨어지셨다. 크레아티닌 수치가 3.9 되시면서 GFR 15 되셨다. 이제는 투석을 해야 할 상황이다. 간기능 수치도 정상의 십수배 증가되어있다. 수년간 그래도 크레아틴 수치가 1.7~2.2로 유지가 되었었는데 이제는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한다. 이제는 지금 쓰는 이뇨제마저 반응이 없어지면 그때부터 약 2~3일이 남은 시간이라고 의료진이 말한다.
신장이 급속히 나빠지는 것은 체내 독성때문 일 수 도 있고 간으로 전이된 암으로 인한 전반적인 합병증일 수 도 있다 한다. 표정으로 고통을 호소하시는 아버지를 뵈면 안타깝기만하다. 너무나 빠른 변화에 어떤 감정을 느낄 시간도 없다. 무조건 진통제로 통증을 조절해드리면서 편히 주무시도록 의료진들에게 부탁하고 있다.
간병인이 가래가 있다고 자꾸 빼야한다고 한다. 나는 아버지가 힘들어하실 것 같아 망설이고 간호사도 별로 없으니 두고 보자는데 간병인이 자꾸 있다고 한다. 결국 일단 시도해보는데 갑자기 엄청나게 진한 가래 덩어리가 힘겹게 나온다. 다들 놀래서 더 굵은 것으로 재빠르게 해드렸지만 아버지는 너무나 힘들어하셨다. 힘든 과정을 지나서는 편하게 숨 쉬시면서 주무신다. 역시 경험이 중요한 것 같다.
동생들의 마음이 답답할 것 같아서 아버지 숨 편히 쉬시는 동영상을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줬다. 시간의 흐름을 아버지는 지금 아시고 계실까? 아버지의 표현되는 고통의 수준이 너무나 갑자기 커져버린 것 같다. 옆에서 보고있기가 힘들다.
6월 8일 (일요일)
아침 6시에 병실에 들어서니 아버지가 나를 반기신다.(그렇게 믿고 싶다.) 분명히 웃으셨다. 일요일 오전 회진도 잘 하셨다. 그 이후로 신기하게 오전 내내 아버지가 너무 멀쩡하시다. 어머니도 기쁜 마음으로 달려오셨다. 그동안 오고 싶어하셨던 친구분들 몇 분에게 전화를 드려서 오시도록 할 정도로 좋으시다. 아버지가 불러도 좋다고 고개를 끄떡이셨다. 친구 분이 골프 이야기를 하니 미소까지 지으셨다. 다른 친척 분들도 오셨다. 정말 신기할 정도로 아버지의 표정이 좋고 모든 대화가 어느 정도는 표정으로 통했다. 그렇게 오전이 흐르고 점점 아버지는 다시 피곤해 하시면서 짜증을 내셨다. 내가 핸폰으로 동영상 찍으면서 동생들에게 한 말씀 해보시라 하니 그만 말시키라고 인상쓰시면서 한마디 하셨다. 나는 무슨 말씀을 듣고 싶었으나 아버지는 하실 의향이 없으셨다. 하여간 짜증까지 내실 정도니 컨디션이 좋으시다. 신기할뿐이었다. 하지만 결국 점심시간이 되어가니 점점 조용해지시다가 다시 숨쉬기 힘들어하셨다. 오전에 잠시 정신 맑아지시는 것이 사람들이 간혹 말하는 돌아가시기 전에 정신이 잠시 맑아진다는 그런 반응이셨을까?
( 친구분의 골프 이야기에 얼굴을 환하게 펴셨다. 6월 8일 오전은 그렇게 신기하게 지나갔다.)
피검사상 크레아틴 4.7 GFR 12 로 신장이 나날이 빠른 속도로 나빠지신다. 이뇨제에도 반응이 거의 없어진다. hepatorenal syndrome 이다. 담당 의사는 몇 일 안남으신 것 같다고한다. 신장 투석도 아버지의 현재 체력으로 버티실 수 없다한다. 결국 퇴원도 못해보시고 이곳에서 생을 마감하시게 되실 상황이다. 너무나 황당할 뿐이다. 그렇다고 억지로 집으로 모시고 갈 수도 없다. 산소는 최대한으로 드리고 있는데 숨이 차신 것인지 숨쉬기가 힘드신 것인지 기계상 산소 포화도는 100정도 유지되면서 숨쉬는것은 힘들어하신다. 내일은 복수를 검사하기 위한 초음파 예정이란다. ( 별 의미가 없는 일이지만 끝까지 이곳 의료진들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 힘들어하는 아버지에게 도움이 될 일이 없어
너무나 답답하다. 간병인에게 눈 좀 붙이게 하고 내가 새벽까지 지켜봤다.
아버지 손을 잡고 하늘에 기원해본다. 아버지를 편하게 해달라고...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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