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일
종양 담당 정희철 교수 면담에 어머니와 함께 갔다. PET 결과를 보니 아주 많이 악화 되셨다.
항암치료가 효과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치료를 중단하기로 했다.
아버지의 느낌이 맞았다. 항암치료 부작용에서의 회복이 느리고 상태도 악화되시는 상황이었다.
약을 바꿔도 소용없다는 담당의사의 판단으로 건강 회복을 위해 아버지의 입원을 권유했는데 우리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입원은 일단 1주일 더 미루기로 결정했다. 아버지는 입원하면 다시는 퇴원 못할 것 같다고 싫어하셨다.
담당 의사는 치료 효과가 없다는 말을 단호하게도 참 편하게도 이야기한다. 하긴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의료인들에게는
정이 많으면 안되니까 말이다. 말로만 듣던 치료 방법 부재의 허망한 상태가 되었다. 그냥 끝을 바라볼 뿐이다.
아버지 컨디션은 갈 수록 더 안 좋아지신다. 하지만 일단 항암제를 끊으면 좀더 기력은 회복 되실 것으로 기대하고 싶다.
피부 발진도 심하고 체력이 너무 떨어지셨다. 매일 드시던 타세바 항암약을 끊으면 가려움도 식욕도 조금씩은 더 좋아지시겠지...
지금보다 좀 더 나아지시겠지...
5월 21일
아침에 들렸더니 아버지께서 강원도에 가보고 싶어 하셨다. 출근해서 바로 여러 곳의 펜션을 알아봤는데 이미 예약이 차있어 힘들었다. 평일인데도 놀러다니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줄 몰랐다. 오후 전화통화에 아버지께서 멀리 갈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그냥 취소하자고 하신다. 컨디션이 많이 안좋으신것 같다. 일단 알았다고 말씀드리고 가까운 곳을 찾아봤다. 이미 내일 대진 의사는 구했으니 이제와서 취소할 수는 없고
일단 내일 오전만이라도 드라이브 시켜드려야겠다 싶었다. 과거 수진이가 수술 받기전에 용인 에버랜드 구경시켜주러 갔던 기억이 났다. 병원 개업해서 바쁘다는 핑계로 어디한번 제대로 놀러가보지 못한 것이 미안했었다. 그때도 마음이 너무 아팠었다.
일단 무조건 부모님 모시고 가까운 곳으로 가보자. 지금으로 봐서는 용인에 있는 휴양림이 좋을것 같다. 너무나 식사를 못하셔서 점심시간에 직원이 타워로 가서 영양제를 놔드렸다. 다행히 안 보이는 혈관에 잘 주사 놔드리고 왔다한다. 컨디션 회복을 기원한다.
좋아지실 것이다.
5월 22일
오전에 안나가시겠다는 아버지를 모시고 용인 자연 휴양림으로 드라이브했다. 아주 잘 되어있는 좋은 곳이었다. 집에서도 가까워서 아버지께서 별로 힘들어하지 않으셨다. 하지만 컨디션이 안 좋으셔서 10m도 제대로 못 걸으셨다. 기력도 없으신데다가 음낭수종이 자꾸 커져서 통증으로 더 걷기 힘들어하셨다. 하와이에서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햄먹 태워 드렸는데 이번에는 힘들게 햄먹에 누워계신 아버지를 어머니가 해 주신다. 무심한 세상사의 변화에 너무나 안타깝다. 아버지는 젊은이들이 스카이 다이빙 하는 하늘을 바라보시면서 사색에 잠기신다. 어떤생각을 하고 계실까? 곁에서 지켜보는 내 마음이 애잔하다. 돌아오는 길에는 해선 삼촌이 추천한 맛집에 가서 점심을 했다. 오리탕인데 비교적 잘
드셨다. 나오면서 값을 아시더니 맛없을 수 없는 가격이라 하셨다. 유머가 있으신것 보면 아직도 기운은 있으시다. 집에 모셔다 드리고 다시 병원으로 출근한다. 그래도 오늘 나오길 잘한 것 같다.
5월 24일
복통과 변비를 호소해서 변비약을 드셨는데도 호전이 없어 관장을 해드렸다. 약국에서 구한 가정용 관장약이 부실한지 한차례의 효과가 적어서 한번 더 했다. 화장실 앞에 이불을 펴고 관장하고 최소 10분은 참고 누워계셔야 하는데 혹시나 싶어 내가 엉덩이를 잡고 있었다. 아버지가 갑자기 내게 말씀하신다. ‘영근아 그냥 가고싶다“ 이렇게 누워있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처량하고 한심해서 빨리 세상을 뜨고 싶은 마음이 드신다는 생각에 을컥했다.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가능한 좀 기운나게 해드리려 했는데 또 한마디 하신다. “그냥 지금 화장실로 가고 싶다”
배변을 약하게라도 보신 후 약간 호전 되었다 하시는데 여전히 복통은 있다. 부드러워지긴 했어도 배는 많이 불러오신 것 같다. 복수가 차기 시작하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다음 주에 입원 해야겠다. 그래도 아직 화장실을 직접 가실 기력이 있으시니 다행이다.
5월 25일
오늘도 힘없이 계속 누워 계신다.
증상의 호전이 없어서 그냥 응급실에 가서 관장하고 기타 검사하자고 권했는데 아버지는 싫어 하신다. 일단 약 먹으면서 경과를 보자 하신다. 이제는 하루 종일 누워 계시고 식사도 잘 안하신다. 아들이 오면 좋다던 아버지께서 이제는 아들도 소용없다고 한숨 쉬신다. 시들어가는 꽃을 곁에서 보고있는 심정은 고문에 가깝다. 어머니도 너무나 힘들어 하신다.
아버지도 감정 조절하느라 고생하신다. 어딘가 풀어버리고 싶으실텐데 쏟아놓을 곳이 없으실 것 같다. 뉴스 보시면서 눈에 보이는 세월호 관련자들이나 공무원 정치인에게 얌전한 욕을 하면서 화를 내신다. 그 사람들 귀가 가려웠을 것이다. 적절하게 분노를 표출하는 아버지의
교양이 존경스럽다. 난 그보다 100배는 더 표출할것 같다.
5월 26일
다행히 관장 후 점점 호전이 있고 복통도 조금 수월하시다 하신다. 어제 맞은 근육통 진통제 주사의 효과가 아닐까 싶다. 아무튼 호전되시니 표정이 밝아지셨다. 식사도 좀 하셨다. 내일은 입원해서 컨디션 회복 시키기로 아버지께서도 동의하셨다. 일단 입원해서 좀 상태를 알아야겠다. 나도 도대체 왜 이렇게 빨리 진행 되어가는 지 모르겠다. 지금의 아버지 상태가 어떤지 알수가 없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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