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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이야기

소청과

무식하면 용감하다. 

소아과는 내과의 축소판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의사중에도 그런 몰상식한 사람들이 많다. 

그냥 민도의 한계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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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게 속상하네.

(🚨본캐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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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막내 충치 치료 때문에 치과에 갔는데
앞 환자분들 시술이 오래 걸렸는지
예약 시간으로부터 50분이 넘게 진료가 지연되었다.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별 불만 없이 좀 더 기다렸지만
막내가 잠들고 한 시간이 넘어가니
아이들 픽업 때문에 더 이상 시간이 여유롭지는 않아서
혹시 얼마 정도 더 걸릴 것 같으냐 물어보러
데스크로 걸음을 옮겼다.

“아유 어머님 죄송해요, 너무 오래 기다리셨죠,

근데 치과 진료라는게 동네 소아과처럼
대충 눈으로만 보고 쉽게 바로바로 되는 게 아니어서요~

원장님이 워낙 꼼꼼하게 전문적으로 하시다보니
한 번씩 이럴 때가 있어요. 너무 죄송해요.”

... 뭐라고?
대충, 쉽게, 바로바로 ...?

-

어제 새벽,
알람소리에 잠결에 습관처럼 페이스북을 켰는데
잠이 확 깨는 글을 보았다.

아닌가. 내가 잠이 덜 깨서 잘못 봤나.
그러나 내가 읽은 활자들은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소아과 의사‘는 충분히 할 만한 재원들이
’의대를 못 갔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의료를 공급받지 못하는 게 말이 되냐고.

이게 무슨 말이지..?

소아과 의사는 할 만한 능력이 되는 사람들이
의대를 못 가서 의사가 못 돼..?

초등 교사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재원이
교대 입학을 못 할 수도 있다는 말인가..?

판검사는 할 만한 사람들이
법대를 못 들어가거나 사시는 못 붙는다는 것과
이게 지금 같은 의미로 쓴 게 맞나?

그러니까,
의대는 못 갈 실력이어도
소아과 의사 정도는 할 수 있어 보인다는거지?

그런데 그 상황에서 가장 슬펐던 건
그 글을 쓴 논조가 악감정으로 의사들을 비난하거나
무작정 의사 늘리면 되지 않느냐는 게 아니라
나쁜 의도라고는 손톱 만큼도 없이
정말로 정말로 소아과를 걱정해서 하는 얘기였다는 점이다.

-

속된 말로 ‘현타’가 왔다.

아.
이 모든 문제의 시작은

돈도 아니고,
예민한 보호자도 아니고,
형사처벌도 아니고,

그냥 쉽고 하찮고 만만해 보여서 그런거구나.
그러니 위의 여러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파생되는 것.

쉽고 하찮고 만만하니
돈을 더 지불할 가치가 없고,

저 의사의 말은 귀 기울여 들을 가치가 없고,
내 애 몸은 내가 제일 잘 알고,
나도 두 달만 어깨너머로 배우면
저 정도 얘기는 할 수 있을 것 같고,

별 어려운 것도 아닌 일을 제대로 못해서
아이가 잘못되었으니 고의성까지 감안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게 당연하고.

다 연결이 되네.

-



소 한마리를 데리고 농사를 짓는데
씨 뿌리는 것, 물을 대는 것, 추수하는 것,
소를 먹이는 것, 잡초를 뽑는 것, 알곡을 터는 것,
다 중요한 일들이지만

소아과 의사들의 일이란
소가 먹을 여물을 헤집어
그 놈이 그 놈 같은 풀들 사이 독초를 골라 내고
볏단과 지푸라기 사이에 함부로 박힌
바늘을 골라 버려주는 일에 가깝다.

우리나라에서 소아의 진료란
정상 범위 안의 것을 걱정하는 보호자를
안심시키고 교육하는 일이 90%
가벼운 의료적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9%
중증의 전문적 의료가 필요한 아이들이 1% 정도 된다.

소를 몰고 벼를 베는 건 멋있고 대단해 보이지만
그래서 돈을 더 버는게 얄미워도 존중은 하지만

저기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독초와 바늘을 골라내는 일은
아무한테나 시켜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러니 돈을 더 줄 이유가 없고
그거 하나 제대로 못해서 소가 바늘을 삼키면
너는 도대체 뭐 하는 새끼냐.
밥 축내지 말고 골방에나 쳐 넣어 버려.

-

우리는
독초와 바늘을 골라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소에게 먹일 여물을 안전하게 준비하는 건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고
소를 앞에 앉혀 두고 침과 콧김을 맞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시간이 행복했다.

그런데 자꾸 사람들이 등을 발로 걷어차며 말한다.

그거 아무나 하면 되는 거 아니었어?
뭐가 어려워 그게?

-

그래 뭐 일의 가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정하는 게 아니라
그 일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정하는 거니까,
아무리 좋은 것도 원하는 사람이 없으면
헐값에 굴러다니는 게 당연한거니까

소아과 의사들이 하는 일은 하찮고 별 거 없고
아무나 대충 하면 되는 일이라고 치자.

그런데 말야,
멀리 갈 것도 없이
50년 전 영아 사망률이 얼마나 됐을 것 같아?

그거 지금처럼 다 살리는 게 당연해진지가
과연 얼마나 됐고,
그럼 그건 누가 했고, 누가 하고 있을까?

-

정말 더 슬픈 일인데, 내 얼굴에 침 뱉기인 것도 아는데,
이 생각은 솔직히 의사들도 비껴가지는 않는 것 같다.

내가 만난 모 이비인후과 선생님은
저희도 소아과 못지 않게 소아 많이 봐서 웬만한 건 다 알아요,
라고 했다.

아, 네, 그러시겠죠.
그래서 너는 도대체 몇 명의 아이와 몇 개의 병을 봤는데?
백번 양보해 호흡기까지 본다고 치자,
소화기 심장 신경 내분비 혈액종양 신생아 성장 발달
지금 다 안다는 얘기지?

컨설트 수화기 너머의 모 안과 펠로우는
안과에서 쓰는 약어를 되물어보는 나에게
의사라면 이 정도는 알아야 되는 거 아닌가요? 라고 했다.

아, 그래? 너 지금 신생아 CPR 오면
손가락 하나라도 까딱할 수 있을까?
의사라면 그 정도는 할 줄 알아야 되는 거 아니야?

소아과 의사가 애들 코나 빼 주고
이유식에 똥 얘기나 하고 앉았으니
소아 진료가 정말 기저귀나 갈아주는 걸로 보이는 건가.

그나마 나는 응급실이라 큰 소리라도 치고
온갖 검사며 타과 진료 서포트라도 받지만

동네 의원에서 청진기 하나와 오감만으로
온갖 아이들 숨은 병 다 잡아 내서 보내시는
로컬 선생님들 소견서 보면 등골이 서늘할 때가 얼마나 많은데
동네 소아과 선생님이 진지하게 입원시켜 달라
보내시는 아이들 몇 명 보고 나면
이걸 어떻게 미리 잡아냈을까 싶은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근데 아무도 모르고 관심없고
여전히 안 중요하겠지 그런 건.

백 날 이거 좋은거다 말하면 뭐해.
필요 없다는데.

백 날 이거 아무나 데려다 못한다 말해봐야 뭐해.
두 달만 배우면 된다는데.

대책이라고 나온 꼴을 보니
우는 자식 뺨 때리고 앉았는데

나도 이제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
Alliso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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