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온 환자 때문에 두통이 심하다. 외국에서 사업하는데 엄청난 부자 동네에서 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그런데 하필 그 동네가 내게 물적 정신적 피해를 주고 달아난 놈이 산다는 곳이다. 과거에 하도 내게 자랑하던 동네라 잊을 수가 없다.
오랜만에 잊으려 애썼던 동네이름을 다시 들으니 심장이 벌름벌름거린다. 내게 아직도 분노가 남아있었나보다. 벌써 수년이 지났는데말이다.
아침부터 혈압이 올라 머리가 아프고 감정이 요동친다. 이러다 건강에 문제 생기면 나만 손해인것을 뻔히아는데(그놈 좋은일 시키는것이지)
마음 수련이 덜되었다 싶다.
아내는 이제 용서하라는데 나는 안된다. 아마 평생 못할 것이다.
돌아가신 아버지께도 너무나 죄송하다. 이런 놈을 친구라고 두둔 하느라 아버지께 언성을 높였으니 말이다. 부모님께는 내가 분명히 투자한
돈이 그 부도난 회사에 입금된것을 확인했다고 거짓으로 말씀 드렸다.(지금도 그렇게 아시고 계신다.) 끝까지 부모님 말씀대로 배신이라는
가정을 받아드릴 수 없었다. 살아오면서 내가 부모님께 그렇게 이성을 잃고 크게 반항적이 없었던것 같다.
그것을 용서 받기도 전에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사실을 말씀 드리지 못해서 용서도 구하지 못했다.
( 뿌리가 깊지 않은 나무의 종말)
내가 수술 한 환자중에도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것이라 생각하면서 빨리 제자리는 찾아야겠다.
당한 액수로만 보면 사업하는 사람들에게는 명함도 못 내밀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 알고 보면 뻔뻔한 친척들에게 당한 친구들도 참 많다.)
아무것도 모르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다고 본인들 은행 거래 기록을 내게 보낸 그의 아내가 불쌍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오히려 그 문서가 남편 사기행각의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으니 말이다.
나는 알량한 이자 몇푼의 유혹에 넘어가 지인들에게까지 돈을 빌려 내 통장의 자산 전부를 송금했는데 약속된 투자는 안하고
송금한지 24시간도 안되어 개인이 다 유용해 버리고 몇달 뒤 그 회사는 부도나버렸다고 내게 통보하면 내가 화내는것이 당연한것 아닐까?
부인 이름으로 송금해야 회사에 투자 된다해서 그렇게 보냈는데 송금하자 마자 2시간만에 그 돈이 본인 명의의 통장으로 바로 다시 이전
된것을 보고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이러면서도 나랑 저녁 술자리를 여러차례나 했으니 (그것도 내가 사주는) 참 대단한 놈이다 싶다.
나는 내가 개인적으로 빌린 돈까지 갚아야했는데 자칭 본인도 피해자라는 그 놈은 부촌에서 잘 살고 있으니 참 재미있는 세상이다.
지금도 그렇게 자랑하던 그 좋은 집에서 교회생활 우아하게 하고 부자 동네 사람들과 귀족처럼 사교활동하면서 살고 있겠지? 그 부자 중국인
부부들과도 아직도 친하게 지낼까? 한국에서 온 선한 부부인양 행세하면서?
자식들은 좋은 대학에 잘 들어갔더군. 그것도 비싼 사립 명문으로...
그래 나는 그럭저럭 평안하니 너도 그냥 그렇게 살아라. 내 머리에 다시 나타나지 말고... 얼마나 잘 사는지 두고 볼거다.
7년이나 지난 일인데도 아직 마음의 상처가 아프다. 돈보다 배신의 감정이 분노로 변하니 더더욱 아프다.
뭣도 모르는그 집의 남매를 위해 고소하지는 않았지만 참 안타까울 뿐이다.
이런 사람을 용서해야 내가 더욱 행복해지는 것이라는것은 자명한데 아직 불가능하다.
그 동안 마음 속에 담고만 있던 것을 기록으로 처음 이곳에 남긴다. 내게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하여간 나는 아직 미생이다.
(ps) 7년전에 여러 이유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점을 봤었다. 주역을 전공한 60대 연세의 점잖은 가톨릭 신자분에게 봤지만 점은 점이다.
그분 말씀이 몇달 안에 큰 돈을 손해 본다는것이다. 그런데 그 돈을 잃지 않으면 내 아이들이 다친다고 하셨다. 나는 속으로 웃어넘겼다.
그런데 1달후 나는 투자 회사가 부도났다는 이야기를 그놈에게 들었고 ( 결국 판명된것이 투자를 핑계로한 사기극에 내가 바보같은
희생자가 된것이지만) 나는 멍하니 당할 뿐이었지만 순간 내 아이들이 생각났다. TV 에 나오듯이 이자 몇푼이라는 유혹에 넘어가서 홀라당
다 날리는 바보짓을 한것이다. 물론 바로 한달 전에 조금의 투자로 작은 이자를 얻는 경험도 했으니 그 사기 수법은 전형직인 것인데
말이다.
평소 성격같으면 화병으로 한참 고생했을 텐데 그 분의 해석이 나를 살려주셨다. 내 아이들이 다치지 않는다면 수억원이 문제일까?
점이라는것이 미신이지만 잘 해석해서 살아간다면 정신 건강에도 참 중요한 요소라는 것은 절실히 느겼다.
그래서 그 이후로 시간이 되면 주역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왔는데 동국대에서 평일에 강의 하는 주역이 주말시간이
되길 지금도 기다리고 있다. 주역을 진지하게 한번 배워보고 싶다.
사실 과거 시험에 사서 삼경에 주역도 들어갔었으니 무조건 미신은 아니다. 조선말기부터 잡과를 무시해서 도태된것 뿐이다.
하여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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