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
진료 하면서 특별한(?) 환자는 내 차트에 따로 기록이 되어있다. 환자가 차트를 복사해가도 기록은 남지 않는 나만의 비밀 공간이다. 이상한
상식을 갖고 있는 환자는 ‘neutrotic' 이라 표시하고 혹은 ‘상해사건’ ‘물리치료실 고집’ ‘ 진단서 고집’‘ 진료비 고집’ 등 간단히 기록을 남겨놓아
추후에 다시 내원할 때 조심하기 위함이다.
물리치료실에서 공짜 추가 치료를 요구하거나 여자 물리치료사에서 은밀한 부위까지 치료를 요구하는 노인 남자환자들, 진단서 주수를 늘려달라 떼쓰는 경우, 진료비 삐싸다고 문제일으키는 경우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런 환자들은 말조심 안하면 말꼬투리 잡고 내 속을 뒤집고 동네에서는 억울한 피해자 된 양 소문내고 다닌다. 특히 신경성 (neurotic) 환자는 정말 신기할 정도로 사사건건 걸고 넘어진다. psycho 라고 쓰고 싶지만 참는 것이다. (혹시 phsycopath 일수도 있다.) 물론 정신과적으로 보면 불쌍하지만 결코 정형외과 전공인 내가 담당할 사람은 아니다. 이런 환자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정신과의사들의 인내심을 나는 존경한다.
오늘도 오랜만에 환자가 왔다. 기록에는 내 아들 친구의 이름이 있는데 그 친구의 ‘가해자’였다. 과거 사건에 대한 기억도 없지만 내가 아는
착한 아이의 가해자라는 생각에 처음부터 말 하기가 싫어진다. 이런 기록을 보면 어쩔 수 없이 내 마음이 속에서부터 흔들린다.
골다공증 검사 결과를 들고 물어보러 왔는데 (사실 검사한 곳에서 이미 다 물어봤을 텐데 내게 다시 온 것 같기도 하다. 몇천원하는 진찰료니
하루에 두 군데 가는 사람도 있다.) 내가 설명할 것 보다는 산부인과가 적당할 것 같아 그냥 보냈다. 물론 내가 설명해도 되는 것인데
장기적으로 보면 환자는 산부인과를 다니는 것인 더 타당하다고 믿고 간단히 설명한 후 그냥 보냈다. 특별히 정형외과 적으로 도움될 것도 없으니 대화하기 싫었다.
( 이런 경치는 산 정상에 가야만 볼 수가 있다. 산아래에서 아무리 설명해도 그들은 못믿는다.)
이런 선입견 때문에 몇 년 전부터는 기록을 안 한다. 기록을 안해서도 소위 진상 환자는 기억에 남고 이미 그 얼굴에 불평이 다 써 있다. 어쩌다 인연이 좋지 않아 서로 얼굴 붉힌 것 뿐인 환자는 다음에 오면 점잖은 사람일 경우가 많다.(오히려 내가 잘못했을 경우도 있다.)
괜히 기록해 놓으면 색안경을 끼고 환자를 대하게 되니 결코 좋은 진료법이 아니다. 그래서 최근 몇 년 전부터는 기록을 안 했는 4년 만에 온
이 환자는 기록이 남아있어 내 마음이 시험을 받았다. 결국 환자를 보내고 바로 표시를 지웠다. 역시 선입견은 안좋은 것이다.
사실 나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도 많을 것이다. 지금까지 50여년을 살아왔으니 내 단면을 보고 전부로 생각하는 이들이 참 많겠지. 솔직히 내가 보낸 시절의 한 단편만의 인상으로 내 전체가 치부되는 것은 참 불쾌하지만 다 자업자득이니 어쩔 수 없다 생각한다.
그런 과정들도 전부 현재의 나를 만들어놓은 중요한 사건들이었으니 기쁘게 받아들여야지 어쩌겠는가? (그래도 조금은 억울한 면도 있긴 하다.)
사람마다 다 다양한 장점과 단점이 골고루 있것이니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모든것이 달라지지만 나부터 그렇게 색안경을끼고 사람들을
판단하면서 억울하다 말해서 뭣하겠나 싶다. 세상은 정말 너무나 다양한데말이다.
남을 탓하기 전에 나도 선입견을 갖지 않고 타인들을 대하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
견월망지(見月望指)의 명언을 기억하자. 선입견은 갖지 않는것이 힘들면 일단 장점을 보려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특히 젊은 사람들의 태도에 대한 선입견에서 벗어나야겠다. 그들의 가능성과 환희와 정열과 패기를 보자.
안그러면 보수 꼴통 소릴 듣는 노인이 되기 딱 좋을 듯 싶다. 난 과거의 기억에만 갇혀서 그것이 진리인양 착각하면서 사는 그런 노인은
절대 되기 싫다.
지금부터 조심하면서 준비해야겠다. ^_^ 일단 무조건 먼저 타인들의 장점을 찾아내자. 그리고 키우자.
물론 나 자신부터 장점을 잘 찾아보자. 설마 있겠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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