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은 정해져있을까?
믿을만한 지인에게 성당 다니시면서 주역에 능한 어느 노인 학자분을 소개 받았다. 집에 들어오시자 마자 내가 항상 웃어넘기는
수맥을 찾으니더니 집안 가구 배정을 말씀 하신다. 그리고 우리 가족 관상을 보면서 몇가지 말씀하시는데 난 속으로 비웃으면서
연장자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 수준을 넘지않게 대하는데 집사람은 그분이 말씀하시는 모든 것을 A4 용지에 정신없이 적고있다.
( 저런 메모 정신으로 왜 학교 장학금을 못받았는지 항상 궁굼하다)
내게 인상적인 단 한가지 이야기.
내가 곧 큰 돈을 손실 본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손실을 피하게 되면 자녀들이 크게 다친다고 한다. 황당한 소리에 조금은 기분 나빴지만
그냥 넘겼다. 그리고 나서 약 3달 후에 난 아주 큰 돈을 잃었다. 믿었던 지인의 장난에 내가 속아넘어간 것이다.
손해를 봐도 이렇게 에쿠스를 날릴정도로 크게 볼줄 예상 못했는데 심적으로는 아이들이 안다칠 수 있다니 내심 다행으로
생각하는 나를 보면서 참 신기했다. 이게 점의 장점일수도 있겠다 싶었다.
닥친 불행에 대한 아픈 마음을 긍정적으로 승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기술이다.
바로 집사람과 나는 쳐밖아 두었던 과거 메모를 찾아 연구하듯 읽어보며 가능한 모든 시도를 하였다. 집안 가구 위치를 바꾸고
잠자리 위치도 바꾸고 병원 건물 책상 위치도 바꾸고 대인관계도 조심하고 자녀 교육의 목표도 수정하고
사업적인 투자 함부로 하지 않는 등등...
그리고 2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무엇이 바뀌었는지는 몰라도 온 가족이 큰 탈 없이 잘 지낸다. 날려버린 돈은 돌려주면 좋지만
속아버린 내가 바보니 기대는 안한다. 아이들 건강하고 큰아이 원하던 의과대학에 입학하고 아내 직장일 잘하고 부모님 건강하시다.
내년 한해만 지나면 내가 조심해야 한다는 기간이 끝난다. 그동안 특별히 조심한것도 없지만 아무튼 항상 찜찜한데 내년이면
그런 기간이 끝난다니 좋다. 그분을 다시 만나 인생상담 하고 싶으면서도 솔직히 겁나서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살아온 내게 요즘 시덥지않은 버릇이 생겼다.
내겐 더 이상 돈이 몰리지 않고(돈이 생겨도 다 타인에게 흘러간다나?) 더 이상 뛰어난 인물이 될 수도 없고 되려 하면 할수록
아이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말을 듣고 조신하게 산다. 그런데 복권을 간혹 산다. 뻔히 안될 운명인것도 알고 사도 정말 그 많은 숫자 중에서
딸랑 1~2개만 맞추는 것을 보면서 참 복도 지지리 없다고 재확인하는데 괜한 꿈 때문에 꿈이 아까와서 미련 갖고 자꾸 산다. 남들은 복권
사서 희망을 품고 일주일을 사는 것이 좋다는데 난 꿈이 아까와서 사는 것일뿐 기대도 안한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샀는데 정말 딱 숫자 하나 맞췄다. 전체 30개( 6개 숫자 5줄)의 숫자중에서... 이러기도 쉽지않을텐데 참 대단하다.
건강하고 착한 보물 1회 아이들과 현모양처 아내 그리고 건강하시고 존경스러운 부모님과 든든하고 고마운 내 동생 가족들이
결국 내 로또인데 뭘 더 바라겠나 싶다. 이젠 그 돈으로 호빵이나 사서 애들하고 같이 먹어야겠다고 항상 결심하는데 어제 또 꿈 꿨다.
산을 올라가다 떨어지기 직전에 예쁜 꽃을 땄는데 이런 것 아까운 꿈 아닌가?
이거 또 사 말아? 설마 태몽은 아니겠지?
이승기가 그러던데 복권도 다 좋은일에 쓴다고? 그래 좋은일 한번만 더 하자.
난 오늘도 이렇게 산다.
2011.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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