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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손버릇


사람마다 손버릇이 있다. 손버릇의 사전적인 의미는 1, 손에 익은 버릇 2, 남의 물건을 훔치는 버릇, 3 물건을 망가뜨리거나 남을 때리는 따위의 나쁜 버릇 등으로 되어있다. 이렇듯 좋고 나쁜 의미가 다 있는데 내게있는것은 좋은 의미의 것이라고 본다.
나는 손끝의 부드러운 촉감을 많이 선호한다. 컴퓨터 자판 치는 손끝의 느낌이 좋고 아기들의 피부감촉이 좋고
레인지에 대핀 점심 빵의 따스한 감촉이 좋다.
그래서 그런지 어릴적부터 부모님의 눈을 피해 무던히도 귀를 많이 만졌다. 내귀 동생귀 친구귀 뭐 구별없이 자주 만졌다.
나를 피해다니던 동생들을 꼭 뒤 쫓아가 부드러우면서 약간 차가운 감촉의 귀를 손가락 사이에 끼어보곤 했다.
그런 피나는(?) 과정으로 인해 내 귀는 아주 부드러워서 두 번 접힐 정도이고 점힌 모서리를 귓 구멍이 집어넣을 수 있다.
진기명기에도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어릴적 친구들이 따라하다가 귀 찢어진경우도 있다. 내 동생들 귀역시 형 버릇땜에 많이 부드럽다.
요즘은 막내 수진이 귀를 잘 만진다. 특히 아침 저녁으로 칫솔질 시켜줄 때 원없이 귀를 만진다. 첫째와 둘째는 이제 내 손을 떠나 만질 수도 없어 칫솔질 핑계로 수진이를 귀찮게 하면 할 수 없이 거래상의 조건으로 잠시 참는다.
과거 연애할 때도 손의 접촉감을 많이 선호했던 것 같다는 것은 점잖게 표현한것이고 한마디로 스킨십에 있어서 엄청 과감했던 것 같다.
요즘도 그 버릇 고쳐지지 않는데 오히려 의사 생활 하기엔 장점인 듯 하다.
특히 노인 환자들을 잘 만져드리면 의사와 환자간의 유대관계가 잘 형성된다. 허벅지 무릎 어깨 등등 옷 위로 손이 저절로 간다.
힘내시라는 당부도 하고 대단한 근육이라고 칭찬도 드리고 또한 진찰을 위해서도 근육나 피부의 탄력성을 보기 위해서도
만지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간혹 따뜻한 온기와 함께 약간의 촉촉함을 돈반한 탄력있는 피부촉감은 마음까지 편안하게 한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간에 발생되는 동물적인 긴장을 풀고 무장 해제된 상태에서 서로에게 기대는 분위기가 좋다.
환자들도 특별히 까탈스러운 분들 아니면 대부분 좋아한다.
젊은 사람들도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 굴뚝 같지만 괜한 오해를사서 변명해야하는 상황될까 두려워 적당히 거리를 둔다.
과거 젊은 시절의 얼굴이 아닌 것을 알기에 좋아지도 않을 것 또한 안다. 사실 동네 국악고등학교의 여학생들에게도 잘 해주려 하는데
너무 속없이 밝게(?) 웃는 표정이 부담스러운지 나를 별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아 그냥 덤덤하게 대한다.
그저 젊은 아가씨들에게 잘해줄수록 비례해서 내게 호감을 표하던 한때의 멋진 과거가 그리울 뿐이다.
아무튼 그런 버릇이 정형외과 환자를 진찰하는 것이 업인 나에는 더 없는이득이다.
다만 환자들의 땀냄새, 발냄새, 몸냄새등이 문제인데 감기걸려 코나 자주 막혔으면 좋겠다 기대할 뿐이다.
딱딱한 굳은살 훈장이 넘치는 손 바닦, 탄력없이 위축된 허벅지, 뼈가 앙상한 어깨 등에서도 은근한 동질감을 느끼며
측은지심으로 환자를 볼 날이 언젠가는 내게도 오겠지.
그때 까지라도 손끝의 부드러운 감촉을 계속 느끼며 살고 싶다.
2001.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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