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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전라 남도 짧은 기행 (3)

다음날 아침부터 일찍 식사를 마치고 주위 친척분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객산리에 있는 선산에 가서 조상의 비석을 새로 고치고 시제를 드릴 예정이다. 다행이 비는 그치고 하늘이 개어 산에서의 작업에 지장은 없을 것 같다. 나의 조각 기억에만 있는 분들이나 처음 뵙는 분들과 인사를 나눈다. 대부분 나보다 촌수가 높아 아저씨 뻘이다. 일부는 부담스러워 내게 경어를 써주고 일부는 자신보다 나이 많은 조카에게
시원하게 말을 놓는다. 어린 나이의 장손인 내게는 참 뻘쭘한 상황이다.

 

 

(전라도 보성군 객산리 산 * 번지)

" 저는 신라 천년의 사적을 둔 박혁거세 손으로서 고려 중조 善(선)자 할아버지의 29대 손입니다."

수십년간 제사때 마다 3년전 고인이 되신 할아버지 앞에서 암송했던 신고 선언문(?)이다.

( 선산에서 바라본 전경. 배산 임수의 완벽한 위치다.) 

 

일단 여러 승용차로 나눠서 선산에서의 시제를 위해 출발했다. 주소는 전라남도 보성군 객산리 산 9번지이다. 국도를 따라 객산리에 들어서서 칼바위에서 좌회전하여 입보성 할아버지(보성으로 들어오신 함양박씨 조상)의 재각을 지나 산길을 20여분 차로 오르니 조상님들 묘지에 이르렀다. 최근 10년사이 나는 두어번 온터라 기억이 났다. 이미 많은 일꾼들이 와서 포크레인을 동원하여 비석 교체 작업을 하고 있었다.


                                 ( 묘비석을 새것으로 갈고 기존것은 옆으로 모셨다. 주변 정리도 이번에 같이 했다. )


어느정도 정리 되고 나서 시제를 올렸다. 아버지가 계셔야할 자리에 내가 앉아 술을 올렸다. 마음과 어깨와 몸이 한없이 무거워지는 순간이다. 아직은 젊어서 그렇겠지만 이런 제사의 필요성을 잘 못느낀다. 살아가는 나날이 더 중요하니 돌아가신 선조에 대한 관심은 솔직히 없다. 이승에서도 봐야할 사람들도 못 만나고 사는 것이 인생인데 한번도 뵙지 못한 한참 전에 돌아가신 분들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조상이 있어 후손이 있다지만 그것은 그냥 자연스런 현상일 뿐이다. 지나간 모든것은 다 헛되히 사라지고 잊혀지는 법이다. 너무 인연에 얽매일 필요 없다. 다 부질없는 짓이니까.


현재로서는 내 아들에게까지 이런 자리를 물려줄 생각은 없다. 진정한 내 가족들의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것 만도 벅찬 세상이다. 친동생들도 몇년에 한번 뽈까말까 한는 세상인데 말이다. 가까운 3대의 가족 안에서 어울리는 것이 가장 상식적인 모임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일단은 내가 할 수 있는 범위까지는 하려한다. 내 순서가 된것은 인정하자. 그리고 나름의 최선은 해 볼 생각이다.
그 이후는 그저 하늘 뜻이다. 그럼 된거다.

 
                                                     ( 통정 대부 비석 교체작업후 집안의 최고 어르신들)

                                                                                     ( 고조부님 후손들) 

                                                   ( 증조부님과 그 수많은 후손들.... 내가 서열 3위다 ㅠㅠ )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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