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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피곤한 시험들

산을 힘겹게 오른다. 무슨 나무가 이렇게 빽빽한지 걸어 올라가기도 힘들다. 앞서나간 사람은 잘도간다.
연인끼리 손을잡고 웃으면서 잘도 올라간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주위에 있는 것들이 나무가 아니라 책 더미들이다.
난 결국 힘들어 기대니 책들은 바로 저 계곡 아래까지 떨어지면서 아래서 놀던 아이들에게 큰 피해를 크게 준다.
곁에 있던 부모가 나를 원망의 표정을 지으면서 쳐다보고 난 황급히 놀라움에 식은땀흘리면서 뛰어 내려가다가 꿈을 깬다.
하상 이런식이다.
시험장에서 시계를 잘못 보고 시험 망치거나 시험 과목을 잘못알고 시험장에 들어가거나 버스 잘못타거나 뭐 이런 뒷끝이 찜찜한 꿈...
이런 꿈 후에 일어나면 기분도 잡치지만 몸 컨디션이 한참 안좋다. 범죄자가 악몽이 시달리다 잡히고 나서야 감옥에서 편히 자게 되어
만족해한다는것을 조금이나마 이해한다면 좀 과장된 표현이겠지?
물론 요즘은 아주 어쩌다 꾸지만 언제까지 이런 꿈을 꿔야 할까 싶다.

난 예과 2학년때 생화학 실습 과정에서 유급했다. 예과때의 유급이라 속절없이 1년을 혼자방에서 뒹굴게되었다.
지금이야 해외 여행이나 연수도 갈 수 있지만 그당시엔 정말 갈 곳을 영어,컴퓨터 학원이나 등산 밖에 없었다. 아니면 군 입대다.
집에 있을 수 없어 그냥 버스를 종점에서 종점까지하루종일 탄적도 많이 있었다. 그 당시 정권 타도를 위해 폼나게 데모 한것도 아닌 놈이
이렇게 되니 부모님께도 죄송하고 친구들에게도 바닦으로 떨어진 내가 창피해서 연락 할 수도 없었다.
이번기회에 대입 공부해본다 생각하다가도 그동안 이미 대학물에 진하게 젖어 시도조차도 못했다.
다른 것도 아닌 심심풀이(?) 실습 과목에서 재시험의 기회도 안주고 바로 F를 날려서 날 당황하게 만든 교수님께
이틀을 밤새며 고생해서 교과서를 곱게 정리하여 제출해도 절대 재시험의 기회를 주시지 않았다.
결국 새로운 형태의 인생이 시작되었다. 왜 내게 그런 일이 생겼을까?
왜 다른 수많은 과목은 당연히 주는 재시험 기회를 지금은 돌아가신 그 교수님께서는 내게 왜 안주셨는지 솔직히 난 아직도 이해가 안간다. 마라톤 finish 라인 바로 앞에서 발 삐니 그냥 포기하라고 종용 받는 꼴이다.
예과 2학년초에 같은 산악부 동료의 간호학과 나이팅게일 선서식에 참가하겠다는 나에게 수업 안듣고 나갈사람 이름 쓰고나가라 했을 때 나 혼자 과감하게 쓰고 나가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을 까맣게 잊고 있던 내가 먼훗날 친구 이야기듣고 설마한다.
1년후 다시 등록해서 그 과목을 공부하는데 시험전 정말 2시간 하니 더 이상 할 것이 없었고 결과는 간단히 A다.
이런 것 땜에 내게 1년을 썪혔다는 것이 분하고 한심하기만 했다.

이유야 어떻든 다시 열심히 하면 되는데 난 그때부터 완전히 겉도는 의대생으로살았다. 착하고 똑똑한 후배들과 잘 지내면 되는데 그럴 성격이 못되었고 입학 동기들과는 공통되는 학업 대화가 없어지니 점점 멀어져갔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닌데 살아가다 보니 사람이 그렇게
되어가버리고 그러다가 길들여져서 가던길로 그냥 생각없이 가게 되었다.
물론 내딴엔 열심히한 의대생 생활이었지만 솔직히 죽을만큼 노력한 학창시절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런 과정이 나를 성숙 시켰고 우여곡절 끝에 지금의 아내를 만났으며 또한 하고싶었던 정형외과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누가 내게 묻기를 다시 30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냐 하거든 난 싫다 한다.
더 이상 달라질 것 같지가 않다. 그만큼 내딴엔 최선이었다.
그냥 지금까지 그저 내 스타일대로 내 수준에 맞게 무던하게, 열심히 살아온 내 자신에 만족한다.
비교되면 한심한 의사 일 수도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자랑스런 면도 분명히있다.
언제나 시험 잘보고 장학금 타서 친구들에게 한턱 쏘는 꿈을 꿀까?
하긴 모범생인 애양병원 김인권 원장님도 한동안 시험보는 꿈을 ( 모범생은 시험망치는 꿈이 아니라 그냥 시험보는 꿈이다^_^)
꾸곤 하셨다가 50살 넘어 안생기더라 하셨다.
나도 이제 곧 그런 꿈 꾸지않을 나이가 됐긴 했는데 좋은 일인지 모르겠다.
하여간 시험 없는 지금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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