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렇듯이 학창 시절에는 나 역시 탈렌트가 선망의 대상이었다.
특히 내게 친형님같은 막내 삼촌께서 막 방송국 입사한 상황이라 대학 입학하고 자주 놀러갔다.
연예인 구경도 할겸 용돈도 얻을겸 설레는 마음으로 방송국에 들어가면 그곳의 실내 공기는 입구부터 다르다.
눈이 가는 곳 마다 정말 향기나는 요정들 뿐이고 지나가는 평상복의 허접한 남자들도 왠지 다 멋져보였다.
이젠 원로 급인 한진희씨도 나를 지나면서 하시던 “ 실례합니다” 하는 젠틀한 목소리는 아직도 내 귀에 생생하다.
옆을 지나면서 그 잘생긴 얼굴을 계속 쳐다보는데 참 신기했다.
무엇보다 그들이 출연 작품마다 다른 인생을 사는 것이 무척 부러웠다. 의사,검사,밤무대가수, 폭력단 보스, 재벌 회장님, 정치인, 농부,
지능 장애아등 여러 인생을 살아보는 그들의 삶이 얼마나 맛좋은 진국일까 하고 한참 부러워했다.
진정한 배우면 작품을 진실되게 표현하기위해 배역과 자신이 동일시 되도록 노력할 것이고 거듭되는 작업 과정이 그들의 한 인생이
덤으로 추가 되는 것이니 얼마나 멋질까 싶었다.
그러나 조금씩 세월이 흘러가면서 화려해 보이는 그들의 삶에는 진실성이 약할 수 있다는생각이 들었다. 또 그래야 자신의 고정된
이미지가 시청자들에게 각인되지 않으면서 여러 배역을 잘 소화 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싶다.
외부 치장이 많을 사람 일수록 내실이 부족하듯 여러 인생을 경험해 본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것이 없다는 것이고
주관이 뚜렷하다 하더라고 결국은 내가 그림자인지 그림자가 나인지 혼란스러울 것이다.
나는 내 인생 하나도 가치있게 살아가기 버겁다.
한 인생을 진실되게 만들어간다는 것이 곁눈질하면서 취미삼아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살아가면서 배운다.
요즘 한 의대 교수님 글을 보면서 시간과의 싸움을 힘들어하면서도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존경심과 또한 부러움을 느낀다.
죽음의 문턱에 들어선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그 위치가 부럽다.
누구나 한번 사는 인생인데 얼마나 값지고 아름다운 의사로서의 삶인가 싶다. 하지만 역할을 바꾸고 싶진 않다.
그 많은 환자과 동일시 되어 살아가면 자신의 삶을 많이 놓칠 수 있고 내 성격상 그런 위인은 못된다.
나는 이기적이 박애주의자로서 내가 정한 한도 이상을 남에게 줄 수 없는 성격이라는 것을 잘안다.
내것은 지킨다.
과거 애양병원에서 근육장애 환자 수술후 걷게 되는 아이를 보면서 감동과 감사를 내게했던 엄마들에게 잠시 같이
마음 아파해주다가 금방 거만하게 변했던 나다.
사람은 자기의 위치를 잘 알고 그 위치에서 중요한 것을 놓치지 말아야한다. ‘
결국 자기가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인생의 진짜 이유다.
오직 이타적인 삶이 자신에게 행복하다면 그것 또한 자신이 원해서 하는 자신을 위한 삶이다.
남을 위한 희생이 아니다.
인생은 국가의 부름을 위해서도 아니고 집안의 명예를 위해서도 아닌 오직 나를 위해 사는 것이다.
난 지금의 내가 좋다.
의사로서 생명을 관할 하진 못하지만 아픈이들의 어깨를 주물러 줄 수 있는 나의 현재 정신적 신체적 수준이 좋다.
그래야 내가 마음 편하게 가족들과 건강하게 살 수 있으니까.
그래야 나의 인생을 내 뜻대로 - 건방 떨지 말고 신을 존경하면서- 모자이크 작품을 만들 수 있을 테니까.
내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수많은 진실한 마음의 모든 명의들에게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