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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인연


중학교때 처음으로 펜팔을 하면서 독일에 있는 아가씨 사진을 받았다.
영화속에 나오는 배우처럼 생긴 금발의 아가씨 도리스(Doris)였다.
지금 독일 어디에선가 가정 꾸리고 잘 살고 있겠지.
다 그렇듯 건장한 아줌마나 혹은 벌써 할머니가 됐을거다. 그녀가 나도 생각할까? ^_^
그 일이 내겐 이성의 문제가 아니라 먼거리에서도 이어질 수 있는 인연에대한 신비함으로 다가왔었다.
사춘기 시절의 예민함 속에 얼마나 외국으로 떠나고 싶었는지... 내가 중학교 2학년때 아버지 직장관계로 은행의
영국 지점에 당연히 전근가실 일이 있었는데 본인이 고사하시고 안가시기로 하셨다는 말씀에 난 얼마나 실망이 컸었는지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영국 가서 학생 시절을 보냈으면 아마 지금 내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겠지.
좋건 나쁘건 시절의 인연으로 생길 수 있는 많은 경우의 수들 속에서 우리는 타인들과 더불어 보낸다.

요즘 난 친구통해 우연히 알게된 인터넷 영어회화 싸이트에 맛들였다.
시간과 장소에 제한없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영어회화의 편리함보다 동시에 세계각국
사람들과 같이 대화 할 수 있다는 신기함 때문이다.
옛날 잠시 아마추어 무선(HAM)을 했던 그 기분이랄까? 평생 한번도 보지 못하고 떠날 지구 저편의 사람들끼리
편하게 대화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신기한가?
오늘은 러시아, 멕시코, 베트남,중국 학생들과 같이 1시간을 보냈다. 선생님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여자분이다.
난 점심시간이고 이들에게는 또 다른 시간이다.
다 각자의 삶으로 열심히 살다 동시에 인연이 되어 미숙한 영어 수준으로
1시간동안 기술적 어려움 없이 대화를 한다.
어느 영화에 엔딩 장면이 생각난다.
수많은 사람들이 공항에서 이별과 만남을 아루면서 한없는 사연들이 화면을 덮어간다.
SNS로 너무 쉽게 이루어지는 인연들이라 그 가치가 무시될 수도 있겠지만
전혀 만날 가능성이 없는 인연이 문명의 이기로 가늘게나마 이어진다는 것은 대단한 가치가 아닐까?
너무 고루한 인연에만 얽매이지말고 시대에 맞는 사소한 인연들의 가치에도 마음껏 즐기며 살고싶다.
나름의 인연에 대한 책임감도 잊지않으면서 그 가치를 만끽하는것도 결국 우리의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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