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일제시대부터 농협에 계셨던 외할아버지(어머니의 아버지)께서 평소 동네 주민들에게 인심을 잃지 않아 다행히
6.25때 죽창들고 완장찬 자치대들에게 죽음을 모면했었다는 이야기, 외할머니께서 당시 많은 거지들에게 밥공기를 엎어서 두 배로 주거나
동네 사람이 회천 해변에서 바지락을 가져오면 큰 솥에 죽을 충분히 만들어 아무나 와서 먹을 수 있게 해줬다는 이야기, 주민들이 도와줘서
총살직전 도망갈 수 있었다는 이야기, 낮에는 국방군 밤에는 인민군들 밥 주고 군복 수선해주면서 간신히 목숨을 이어간 이야기,
몰래 숨으신 외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 인민군들 사이로 어머니가 언니와 같이 10리길을 걸어가면 인민군들은 ‘위험하니 빨리 집에
가라’고 친절하게 웃으면서 이야기해줬다는 이야기, 당시 마음에서 똑똑한 젊은이들은 사회주의 사상에 심취해서 빨치산이 많이 되었다는
등 들으면 조경래씨 작품 ‘태백산맥’ 그 자체 였다. (당시 지식인으로 일본 유학다녀 온 내 외가댁 바로 옆집인 과거 부농의 집은
자식이 월북하여 그 이후 집안이 완전 몰락했다. 지금도 그 큰 집은 흉가로 남아있다. )
1960년대 초 갈현동 어머니 신혼시절에 친척분들이 전라도 보성 시골에서 서울만 올라오면 누구나 좁디좁은 갈현동이나 이후 대조동
우리 집에서 자고 심지어 차비까지 받아갔다는 이야기 (아마 과거 선비들이 사랑방에서 손님 대접하는 것을 양반의 미덕으로 알던 과거의 풍습이었을 듯, 아버지가 촌에서 자라 서울대 졸업후 은행에 입사하셨으니 그당시 최고의 엘리트셨다.), 시동생들 하교 후 찢어진 옷이나 양말을
-당시는 나일론이 없어 잘 찢어짐- 매일 전구에 씌워서 꿰매느라 고생하신 이야기,
(1960년대 청계천 )
시동생들 등교시키고 집안 청소하다 담 넘어 온 강도를 만났는데 오히려 강도가 더 놀래서 도망간 이야기, 집 앞에서 놀던 내가 없어져서 온 마을 사람들이 다 찾아 나섰는데 (요즘 같으면 불가능한일) 결국 한참 멀리 연희동 8차선대로를 건너 언덕에 내가 버려져 있었다는 (내가 너무 무거워서 놓고 간 듯)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다.
(1960년대 한강의 얼음 채취)
당시 잃어버린 손자를 찾아 집 팔고 전국을 헤매던 할아버지때문에 ‘구영이를 아시나요?’ 라는 노래도 유행 했었다는 데 결국 손자는 못 찾고 집안은 망했다한다. 참 기구한 운명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 1960년도초 덕수궁에서 놀고있는 소년들)
1970년대로 들어와 아버지 은행일로 일본에서 살명서 그들의 발전된 경제상황과 친절한 문화때문에 놀랬던 이야기 (당시 한국에서는 시장에서
물건 만졌다가 안사고 가면 뒷통수에 재수 없다고 온갖 욕을 퍼 붓었는데 일본의 슈퍼에서는 아무리 만져도 다 친절하게 웃으면서 대해서 신기했었다하심. ) 일본에서 둘째 훈근이를 전철역에서 잃어버린 이야기, 아버지께서 조총련 친척을 예의상 한번 만난 것을 중앙정보부에서 문제 삼아 집안이 망할 뻔 했다는 이야기(한국의 친척들에게는 아버지께서 그 일로 재일 중앙정보부에 잡혔다고 소문났었다함) ,
일본에서 돌아와 친절했던 일본과 달리 한국 학교 선생님의 매질에 놀랬던 이야기, 일본에서 하듯이 장난감 구경하다가 -마음대로 갖고 놀다가 원하면 샀음- 미도파 백화점에서 혼났었다는 이야기, 여의도에 시범아파트만 있었을 당시 '엘리베이터 걸'이 있었다는 이야기(시골 할아버지가 11층이던 우리집에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오시면서 하시던 말씀이 지금도 기억난다.“왜 서울 사람들은 사람 몸무게는 재고 야단이냐?”)
당시에는 월급도 없이 밥만 먹여주는 조건으로 시골에서 서울로 오겠다는 도우미가(식모) 많았었고 시골에서 머슴(일꾼)은 일 년에
한번 쌀2~3가마니 (‘세경’이라해서 일종의 ‘연봉’을 뜻한다)만 주고 일년 내내 일을 시켰다는 등 다 잊혀져가는 신기한 역사의 진실이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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