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목에서 쇠소리가 나고 아직도 개운하지가 않았다. 그래도 기어히 아침 조식을 먹기 위해 일찍 내려가서 배를 채우고 올라와서 다시 침대에 눕는다. 몸살인지 근육통인지 아무래도 운동을 해서 풀어야겠다.
약간의 감기 기운이 있음에도이왕 들어온 것 부대 시설을 다 활용해보고 싶어 준비한 옷으로 갈아입고 3층 수영장으로 갔다. 수영장은 야외와 유리로 구분되는 실내로 25m 짜리 3개 레인이 있는 아담한 크기였다. 이미 세레인중 두 곳은 가족들로 시끌벅적하다. 젊은 부부가 아이들과 놀고 있다. 참 좋은 시절이다.
간단한 준비 운동 후 입수하는데 한가한 레인으로 들어가니 이미 있던 성인 두 명이 자리를 황급히 비켜준다.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나를 보더니 바로 옆 레인으로 옮긴다.
"내 몸매가 수영 잘하게 보이나? 하긴 요즘 좀했지, 운동한 보람이 있군 "...
수중turn 과 자유형으로 왕복하면서 자리를 비켜준 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더 열심히 했다 그런데 몇 번 왕복하다
얼핏 보니 레인 끝에 써진 푯말 글이 ㅡ membership only ㅡ
순간 손목의 key 색을 안 들키게 평형으로 바꾸고 고민하면서 수영을 한다. 들어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바로 나가기는 싫고
그렇다고 똥 폼 잡고 수영했는데 멤버 아닌 것 티나게 이제와서 옆라인으로 옮길 수는 없고 평형으로 탬포 유지하면서 잔머리를 굴린다.
결국 직원이 와서 내게 지적하기 전에 바쁜 척 자리를 떴다.
어쩐지^^
마무리 잘 하고 아쉬움을 남긴 채 귀가했다. 우리 가족은 그냥 잠 만 자러 호텔에 가는 참 대단한 가족이다.
( 집에 오자마자 공부하는 수진이와 맛난 전복죽)
다음날 아침에 내 목소리는 완전히 길을 잃어 폐렴 걸려 중환자실 입원한 환자의 목소리다. 이렇게 월요일을 시작한다.
정말 일하기 싫은 월요일의 시작인데 말까지 안 나온다.
그래도 한해를 마무리하는 중요한 시간들이니 짜증내지 말아야지.
감기 걸렸는데 겁이 안나는 체력도 정말 대단한 행복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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