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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홍콩의 단거리 산책 (2)

몸을 침대 속으로 파묻듯이 깊이 자는데 생각보다 작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강하다. 뒤척이다 커텐을 치니 너무나 맑은 하늘이
반긴다. 어제의 우중충한 날씨는 온대간데 없다. 해양도시라 그런지 정말 짙푸른 하늘이다. 시계를 보니 아직 8시다. 오전 내내 잠 좀
자려했는데 푸른 하늘의 유혹에 빠져 그냥 나가기로 했다. 성격상으로도 도저히 답답해서 안되겠다. 계획을 수정해서 바로 나가 가능한
모든 곳은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Seize the Day !!!  


일단 제일가고 싶은 홍콩 박물관을 계획하고 동선을 살핀다. 야경을 본 곳은 낮 구졍을 다시 한번 해야겠다. 페리는 자주 타지 않도록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구룡섬과 홍콩섬을 돌기로 했다. 토요일 아침이라 어제보다는 좀 한가한 거리다. 햇살도 따뜻하고 거닐기 좋은
날씨다. 젊은이들의 활기찬 모습이 참 보기좋고 늘씬한 서양 관광객들도 남녀노소 구분 없이 참 멋지다. 전형적인 동양 아저씨 폼으로
다니고 있는 내 모습이 건물 유리창으로 비춰진다. (참 아담한 다리다.) 날렵했던 과거가 그리워 지다가도 그때보다는 지갑이 두둑하니
그런 억지 자부심을 갖고 돌아다닌다. 혼자 먹을 곳이 없어 아침도 굶고 싸돌아다니고 있지만 말이다.


토요일 아침에도 구룡섬은 관광객들과 현지인들로 북적인다. 쇼핑에 관심없는 나는 그냥 길을 걸으면서 건물 구경과 구룡 공원을 둘러봤다. 그런데 호객행위하는 파키스탄이나 인도인들이 내가 일본인인줄 알고 와서 뭔말 하다가 한국인인것을 알면 바로 누구나 할 것 없이
‘ 가짜시계 있다’ 고 호객한다. 참 재미있다. 또한 홍콩 젊은이들에게 지도를 보여주면서 길을 물어보면 내가보여준 지도로 생각해
보려하지 않고 바로 스마트 폰의 구글앱을 이용해서 현재 위치를 지도로 찾아 보고 알려준다. 생각하는 시간보다 검색하는 시간이 빠르다.

 

(자연을 최대한 살린 구룡섬 거리)

 

홍콩 영화인 <화양연화>에 나오는 청킹맨션도 가보았는데 그곳은 이미 인도와 파키스탄 이민자들에게 자리를 양보한지 오래된 듯 많이
지저분했고 3층 이상은 다 게스트 하우스로 리모델링 되어있었다. ( 일층은 대부분 여러 환전소로 되어있는데 영수증도 없이 바꿔주는 이상한곳부터 가지가지였다. 앞으로는 여러 곳을 비교해서 바꿔야할 것 같다.) 도중에 비교적 손님 많은 작은 서민 음식점에 들어가 시켜 먹었다. 메튜판 사진과 실물이 다른 것은 한국이나 홍콩이나 똑같다. 직원들의 퉁명스러움은 참 인상적이었다. 하여간 맛도 별로고 분위기도 별로고... 한국이 좋아진 것이겠지. 바로 옆집에 대기 줄이 있어서 나도 만두가게에서 만두를 하나 샀다. 이집 아가씨도 삶에 찌든 듯이 내게 쇠고기나 양고기를 고르라는 표정이나 말투가 싸움 거는 듯 하다.  

(이미 19세기 중반부터 홍콩인들이 쓰고 있던 가스 선풍기와 열기구)

 

하여간 관광객답게 음식을 먹으면서 영어로 되어있는 골목들을 걷고 걸어 홍콩 박물관으로 찾아갔다. 다 걸어서 갈만한 거리다. 어떤 경우는 잠깐인데도 지도보다 훨씬 더 걸어버린 경우가 있을 정도로 참 좁은 지역이다. 홍콩 박물관은 과학박물관과 역사박물관이 같이 붙어있는데 나는 역사로 들어갔는데 비교적 잘 만들어 놨다. 어디나 그렇지만 일본어 설명서나 해설기기는 있는데 한국 것은 없다. 다른곳은 몰라도 홍콩은 한국이 바로 옆인데 왜 없을까 싶다. 우리나라 정부에서 신경을 써야하는데 그렇질 못한 것 같다. 이런 것이 진정한 국력인데 말이다. (아마 홍콩에 놀러오는 정치인들 뒷치다꺼리는 엄청 하고 있겠지. 공무원들이란... ) 중간 중간에 쉴겸 소파에 앉아 다큐멘터리 영화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나는 이렇게 역사 속으로 과거 여행하는 것이 참 좋다. 내 취미는 역사다.  

            

그냥 눈요기만 하면서도 볼 것이 많아 계획보다 오랜 시간을 보냈다. 모조품인지는 몰라도 1842년 난징조약의 도장찍힌 서류를 직접 보니 이상하게 짠하면서도 신기했다. 아편전쟁의 증거를 170여년이 지난 지금 내가 직접 보고있는 것이다. 그렇게 금방 3시간이 흘렀다. 홍콩섬으로 돌아가서 4시부터 1시간동안 진행된다는 무료 역사 설명회가 있어서 가보려했다가 그냥 다음으로 미뤘다. 그때도 못가면 할 수 없고.
어차피 여행의 참 맛은 무계획이자 인연놀이니니까 말이다.

                                                 ( 현지인들과 떨어진 서양인들 주거 지역으로 가기 위한 peak tram  의 탄생 )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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