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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홍콩의 단거리 산책(3)

날이 어두워질즈음에 스타거리에 도착해서 맥주마시며 벤치에 앉아 아픈 다리를 풀었다. (다리만 길면 영화의 한 장면이라 착각한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도 오늘도 하루 종일 돌아다니고 있다. 수술 방에서는 하루 10시간 이상 서있었는데 나와서도 계속 돌아다닌다.항상 머리보다 몸을 더 쓰는 나는 이렇게 살다 갈 운명인가보다. 서울가서 몸살 날 것 같다. 그래도 하고 싶은것은 그냥 하자. 뒷일은 생각말고.

 

                                                                    ( 홍콩의 땅은 인간의 힘으로 넓혀왔다.)


이소룡 동상을 뒤로하고 페리로 건너서 홍콩섬으로 돌아왔다. 역시 영화에 나오는 <미드 레벨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그 분위기에 젖어봤다. 양 옆으로 수많은 음식점 속에는 해외 젊은이들이 넘쳐난다. 길거리에 앉아 신나게 웃으면서 대화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길에 한적한 레스토랑에 들어가 큰마음 먹고 스테이크와 와인을 시켰다. 혼자 풀코스를 하려니 청승맞아 그냥 스테이크를 술안주 삼아 와인을 마셨다. 그 동안 수고한 나를 위로하는 만찬을 갖었다. 1주일 동안 힘들었지만 참 보람된 추억이 될것이다. 비록 경영적으로는 비효율적인 1주일 이었지만 조용히 사색에 잠기니 저절로 지난 시간의 필름이 지나가면서 미소를 띄게된다. 그래 이번 일은 잘 한거야. 넌 쓸만해.

 


식사를 마치고 나와 정처없이 길을 걷는데 어제 왔던 픽트램역이 다시 보인다. 어제 야경을 봤기에 계획에 없었는데 인연따라 온 김에 한번 더 가보기로 했다. 야경은 구름 낀 어제보다 더 멋졌다. 여전히 많은 연인들이 사진찍고 있다. 나는 혼자 야경을 감상하다가 중국 일본 동남아등 관광객들에게 사진을 찍어주겠다 제의했다. 그러면 이들은 대부분 좋아한다. (그런 모습이 난 좋아 잘 찍어주겠다고 제의하는 편인데 내 아내는 그렇게 나서는 나를 항상 못마땅해 한다.) 그러다 그 중에 한국인 신혼부부인 듯 한 이들이 있어서 내가 나서서 사진을 찍어주겠다 하니 무척 좋아했다. 하트 모양의 기념물 앞에서 둘을 같이 찍어주니 무척 좋아했다. 야경을 배경으로도 여러 스냅사진을 찍어주었다. 젊은이들이라 표정이 참 다양하다. 내 기분도 좋다.


그런데 순간 내가 iphone을 놓쳐서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어두워서 잘은 못 봤지만 액정은 분명히 깨졌다. 순간 아찔할 뿐이었다. 좋은

일 해주려다 난처하게 되었다. 남자는 괜찮다 했지만 난 어쩔 줄 몰라하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사진을 더 찍어주자고 다른 곳으로 안내해서
둘을 같이 여러 장 찍어줬다. 전날 왔던 곳이라 사진찍기 좋은 장소를 다 알기에 빨리 찍어주고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핸폰을 건네줬다. 픽트램 타고 내려오는 내내 마음이 안 좋다. 바로 이런 것이 좋은 일 하다 오히려 문제를 키우는 경우다.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들이 우리 주변에는 있다. 좋은 경험이다. 나도 앞으로 너무 나서지 말고 혹시 나서게 된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신중하게 잘 마무리 해야겠다는 좋은 교훈을 얻었다고 자위할 뿐이다. 숙소로 돌아오니 12시가 넘었다. 오늘도 어제만큼 15여시간을 밖에서 돌아다닌 것이다. 내일은 푹 자고 11시까지는 공항으로 가야하니 오전은 한가할 것 같다. 음식점에서 남겨온 와인을 한잔 하고 깊은 잠에 빠져드는데 깨진 핸폰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 그 부부에게 사진으로 기분전환이 됐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어머니의 성격대로 본전을 뽑아야한다는 본능적인 욕구 때문인지 떠나는 날에도 7시에 눈이 떠진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샤워하고 밖을
산책하러 나왔다. 역시 하늘은 너무나 맑고 청명하다. 기온은 약간 더워 팔을 걷어야했다. 걷다보기 홍콩 공원이 있어 들어갔는데 조용한
숲속에 높은 관광탑이 있다. 기어히 근육통이 있는 다리를 끌로 올라가서 많이 사진을 찍으면서 멋진 홍콩의 아침 풍경을 남겼다. 어딜가나 무술 체조 비슷한 군무를 하는 홍콩인들의 모습은 참 신선하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다른길로 와보니 더욱 가깝다.) 체크 아웃하고 나가는데 많은 이들은 택시를 타고 가지만 난 그냥 도보로 간다. 마지막까지 구석구석 구경하고 싶었다. 일요일 아침은 정말 고요하다. 홍콩역까지 가서 공항 철도를 타고 갔다. 홍콩은 생각보다 넓은 나라였다.
이렇게 또하나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다. 공항에 도착하니 어제 만났던 그 젊은 부부(?)가 보인다. 순간 미안해서 피했는데 도저히 안되겠기에 다시 면세점을 돌아다니면서 찾는데 보이질 않는다. 맛난 것이라도 사주려 했는데 ... 선물이라도 사주던지...
(쿨하게 잊으려 했는데 쿨한 성격이 아니라 그렇게 안되는군. 이 글이라도 보고 연락 주면 좋겠다. )
하여간 이렇게 홍콩에서의 추억을 만들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수진이의 진한 포옹이 나를 반긴다. 이런 건강과 기회 그리고 여유에 감사드릴 뿐이다.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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