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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가을 여의도 유람기 5


깊어가는 가을 여의도

여의도의 가을...

 

 

이제 내 존재의 많은 것을 만들어주고 이끌어주고 키워준 그리고 여의도를 떠나게 하는 큰 동기를 준 여의도 침례교회로 가본다.
초등학교 4학년때 물안경 사고로 얼굴 다치면서도 장님이 안 된 것에 감사하면서 친구(백지숙)의 인도로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당시 시범상가의 체육도장을 일요일마다 빌려서 하던 작은 개척 교회였다. 솔직히 그 나이면 다 그렇겠지만 일요일마다 친구들과 놀고 맛난것 주는
교회가 좋아서갔다. 한기만 목사님께서 출산하려는 사모님을 리어카로 조산소에 모셨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지금의 위치로 확장 이전을
하고 1979년 미국 침례교인인 미국 카터 대통령이 방한하면서 유일한 서울의 침례 교회로서 정부의 도움을 받아 우리 교회의 수준이 엄청
좋아졌다. (기억에는 스피커등 음향시설이 월등히 향상되었었다.) 당시 미국 경호원들의 멋진 썬글라스뒤의 무표정한 얼굴이 참 인상적이었다.

중학교 들어서는 성가대 생활도 하고 QT도 정기적으로 하면서 열심히 교회 생활을 했다. 정신적으로는 가장 안정된 시절이었다 싶다. 1978년 눈물로 예수님을 영접하면서 침례를 받기도 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참 순수할 때다. 지금 이나이에도 모든 종교를 다 경험하면서 (교회도 가고 템플스테이도 가고 이슬람 역사도 보고...) 어중이 떠중이로 살고 있는 지금을 생각하면 말이다. 나이 들어 가면서 불교에 대한 관심이 많으면서도 진정한 학습을 하려하지 않으니 결국 나는 종교적인 인간은 아닌 듯 하다. 기독교적으로도 교회 시작한지 40년이 되었는데도 구원 못받아 이렇게 하늘의 벼락 눈치 보면서 살고 있다.

anyway
대학을 들어가서는 산에 빠져서 주말을 산에서 살았으니 자연히 교회와는 멀어지게 되었지만 결국 나는 1990년 여의도 침례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식후 식사도 교회에서 처음으로 만든 지하 식당에서 뷔페로 내가 테이프를 끊었다. 말이 뷔페지 그냥 서서 먹는
아주 고전적인 식사였지만 당시로서는 최첨단이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결혼식후 동네 한식집에서 갈비탕이나 잔치국수가 당연한
시절이었다.

결혼식 당일 아침에 병원에서 퇴근하고 (인턴때 결혼한다는것은 정말 용서안될 일이었다) 아내가 머리 손질 받는 미장원 화장실에서
일회용 면도기로 면도하고 경복궁 야외 사진촬영을 했다. 그리고 오후 1시에 치루는 교회 결혼식을 무사히 마치고 바로 김포 공항을
거쳐서 제주도에 도착하니 해가 이미 지고 없었다.
이 모든일을 하루에 다 마치고 도착했으니 늦은 저녁을 먹을 곳이 없어 굶는 첫날 밤이었다.

그때는 다 그렇게 결혼했다. 지금의 결혼과는 비교도 안되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모든 것이 당시로서는 최상이었다.
물론 나 자신도 인생의 최상 컨디션이었을때다. 괜히 근거 없이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을것 같은 꿈과 정열이 넘칠때였다. 그런 교회가
지금은 비교도 안되게 대형화 되었다. 교회 본당 옆에 10층이 넘는 큰 건물로 증축되고 수많은 교인들이 그곳에서 일용할 양식으로 마음을
채우며보낸다. 40여년전 돈이 없어서 일요일마다 작은 태권도 체육관을 빌려서 예배를 보던 그 교회가 이렇게 변했다. 그런 교회가 이렇게 융성해진것은 다 목회자님들과 신자들의 훌륭한 신앙심으로 하늘에서 축복 받은 이유라 믿는다.

비록 내가 지금은 불성실한 교인이지만 마음적으로 내 영육을 키워준 이 교회에서 내 아들도 결혼식을 올리면 좋겠다 싶다. 부모가 결혼한 그 교회 그 자리에서...교회 위에 올라가니 여의도일대가 눈에 다 들어온다. 윤중제의 단풍들이 아름답다.
저 길 어디선가 내가 뛰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것 같다. 중학교 시절의 그 뒷 모습이 보인다.

PS)  결혼후 새 가정을 꾸민 옥수동에서의 삶에서 시작해서 강남 개포동을 거쳐 원주,대전, 논산의 군생활과 다시 서울로 입성하는

       내 후반부 과정도 한번 시간내서 정리를 해봐야겠다.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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