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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8번째 해외 진료

내일이면 다시 의료 지원 나간다.

태풍 피해본 필리핀으로 의료 지원을 간다.


작년에 스리랑카의 북부 타밀 지역으로 의료 봉사를 가면서 해외 의료 진료의 한계와 문제점을 뼈져리게 느꼈다. 그래서 이젠 더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넘기고 나는 내 나이에 맞는 수준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에 스리랑카를 마지막으로 끝내려했다. 혹시나 꼭 가야할 일이 생긴다면
아프리카 정도 선으로 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이번 필리핀 태풍 피해 상황을 메스컴을 통해 보면서 정형외과 의사로서
전문성을 발휘 할 수 있을 것 같아 여러 방향으로 수소문해 봤지만 최소한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는 어디도 제대로 된 의료 시스템으로
도움줄만한 곳이 없었다. 결국 다시 열린 의사회 소속으로 가게 되었으니 그나마 이곳이 제대로 된 의료 봉사 단체인 것 같다.

자연 재해는 어디에나 발생 될 수 있다. 태고부터 있었을 것인데 다만 인류가 모르고 지냈을 뿐이다. 요즘은 IT의 발달로 지구촌이 되어
실시간으로 다 인지되는 것 뿐이다. 어짜피 모든 것은 다 돌고 도는 것이고 인간은 그저 지구에 사는 수많은 동물중 하나일 뿐이니 재해로
생사를 넘나드는 것은 다 운명이라 본다. 그래서 재난 초기의 대응은 하늘 몫이고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된 후의 상황정리가 인간들의
몫이라 생각한다. 억울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것은 받아드릴 수 밖에 없다. 그게 운명이다.
그런 의미에서 태풍 재난 후 약 3주일이 된 지금 시점에 가는 것도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열린의사회 선발대는 이미 다녀왔다.) 우리가 건물 잔해를 정리하고 시체를 치울 수는 없다. 각자의 달란트가 있으니 각자 수준에 맞춰서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 결과는 담대하게 기다리는 것 뿐이다. 가능한 가져갈 수 있는 많은 도구들을 가지고 가서 그곳에 기증하고 온다. 이번에도 마음가는데로 많이 준비했다.

 
                                             ( 가서 사용하고 기증할 도구들과 동네 주민들이 모아준 기증할 옷가지들 )


사실 말이 좋아 의료 봉사지 솔직히 의료를 빙자해서 나 자신을 힐링시키는 과정이다. 다녀오면 내 주위의 평범한 것들이 특별하게
다가오면서 잊었던 행복과 감사함을 깨닫게 된다. (물론 일정시간 지나면 다시 세속에 물들어 정신 못차림을 반복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해외 봉사 과정 중에 분명히 내가 얻어가는 감사함이 훨씬 더 많다. 그러니 솔직히 나 자신을 치료하기 위해 해외로 의료 봉사 나간다고 하는것이 옳을 것이다. 삶에 있어서 항상 기적은 우리 주위에 있다. 어느 영화에서 처럼 가족의 이름을 부를 수 있는 것 만으로도 기적이라하지
않았던가? 다만 사소한 세상 풍파에 멍들어가면서 그것을 볼 마음의 시력이 없어지니 가능한 재충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더 나이들어 체력이 떨어지면 이것도 못할것이다. 가능할때 하자. Now or Never !!!

나는 어느 영화의 대사에 나오듯이 ‘이기적 박애주의자’ 다. 모든 고통받는 이들에게 사랑을주고싶어 안달하는 자비심과 숭고함이 넘치는
그런 부류가 절대 아니다. 의료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보이는 사람에게만 선별해서 내 나름의 최선을 다한다.
자격없는(감사,의무등을 모르는) 이들에겐 혜택도 불필요하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내가 어짜피 한계가 있는 지극히 평범한 의료인이기에 자기방어적인 면이있지만 이런 생각은 변함이 없다.

최고의 의료 봉사는 그 지역 의사를 초청해서 의료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거나 혹은 환자를 데리고 와서 수술 치료후 귀국 시키는 것이다.
아니면 잘 갖춰진 우수한 시스템과 고도로 숙련된 전문 요원들이 일사불란하게 현지에 가서 최소한 1달 이상은 도와 줘야 그게 진짜 봉사다. 하지만 각각의 경우마다 나름 문제가 있다. 의사를 초청한는 것이나 환자를 초청해서 수술 해주는 경우 여러 법적 과정이 복잡하여
전담 직원들이 있어야하고 장기간 시행하는 것은 시간적인 제약이 있어서 나 같은 개업 의사에게는 곤란하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이 비정기적으로 의료 봉사 단체의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다 상대적이라 별것 없는 행위일 수도 있으나
우리나라가 아닌 현지의 기준으로 생각하면 나의 작은 행위도 가치가 있다는 신념으로 참여한다.
나는 뭔가를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최선이 이것이니 그냥 하는 것이다. 그 뿐이다.

괜한 오버 하지말고 무사히 잘 다녀와서 효진 공주님 생일을  해줘야겠다. 얼마전에 한 동생 수진이도 같이 또 해주지뭐.

내가 살아가는 이유니까. 
                                                                          ( 수진이의 12번째 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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