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록을 남기는 것이 좋다. 그래서 사진을 자주 찍는다. 아들 형규는 내게 사진 중독자라고 핀잔 주지만 항상 내가 원하면 자세를 취해준다.작품 사진이 아니라 거의 일상의 스냅사진들이다. 동네 소나무 두 기둥 사이로 지는 석양의 순간, 하늘 구름 끝으로 방금 나온 비행기의 질주, 방금 밟은 눈길위의 발자욱, 멀리보이는 고층 빌딩에 복사된 햇볕, 할아버지 손잡고 뒤뚱뒤뚱 걸어가는 아기의 뒷모습 등등 이다. 간혹 글쓰는데 필요할것 같은 장면도 찍어 놓는다. 길거의 노숙인모습, 옥상에서 내려다본 빈부차이를 보여주는 광경, 정치인들의 연설 모습, 무거운 가방 매고 밤늦게 귀가하는 초등생들 뒷모습 등이다. 그냥 그 순간의 기록을 남기고 싶은것 뿐이다. 특히 내가 기억력이 짧아서 말이다. ( 결국 세월 지나면 그냥 삭제하겠지만 ^_^) 아마 글쓰는 것도 그 연장선인듯 하다.
(1978년 중학교 2학년 교회 여름 수양회)
컴퓨터 앞에 앉아서 생각을 글로 남기는 시간이 참 좋다. 진료하다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환자 보는 것이 불편해 주객이 전도되기도 한다. 간혹 수려한(자칭) 문장으로 나름의 3루성 안타나 홈런 느낌이 들 때면 으쓱해서 혼자 웃기도 한다.나이 들 수 록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렇게 독서와 담쌓고 살던 사람이 이렇게 변하는 것 보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여성호르몬이 많아져서겠지. 그렇다고 사실 전혀 그런 낌새가 없던 것도 아니다. 과거 중학교 2학년 첫사랑의 열기에서 헤매던 시절 느꼈던 습작의 희열은 지금도 생생하다. 생각은 앞서는데 손 글씨가 따라와 주지 못할 때의 답답함이란 경험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꿈속에서 가위 눌리는 수준이었다. 물론 습작 내용은 수준 이하지만 그래도 내 이름으로 만든 청소년 연애 소설이 3개가 있다. 칠성노트에 적은 날리는 글씨체의 작품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데 닭살 돋을 것 같아 내용을 차마 다시 보지는 못했다. 하여간 그랬다.
그 이후로 언제부터인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그동안 SNS 에 올렸던 글이나 내가 생각날 때 마다 개인 컴퓨터에 저장해 둔 글이 많이 쌓였다. 대충 찾아보니 거의 600여편이었다. 그 중에서 쓸 만 한 수준의 것을 추리니 200여개정도가 남았고 그것을 또 추려서 과감히 버릴것은 버리고 남은 것은 내가 새로 만들어 시작하는 블로그에 저장했는데 그게 벌써 약 5년 전(1,857일전) 이야기다. 그 이후로도 추가되는 글들이 매년 50여편씩 쌓이더니 지금은 500여편이 넘는다. 정확히 531편이다. 내가 보관하고픈 참고적인 지식 정보도 있고 귀중한 순간의 추억도 있고 정치외교적인 시사 내용도 있다. 요즘은 과거에 비해 글 내용보다 사진을 더 많이 남기는 편이다. 글이 길어서 좋을 것이 없을 것 같아서다. 사진과 문장 몇줄이면 된다. 나도 다시 안보는데 누가 보겠나? 사실 내 홈피를 나중에 아이들에게 내 유산으로 넘기고 싶은데 글이 많으면 안 볼거니 아이들과 관련된 사진을 가능한 많이 구석구석에 넣어 둬야 이 홈피를 없애지 않을 것 같다. 나중에 내 아이들이 자식을 낳으면 손주의 변하는 모습도 내가 이곳에 남겨줘야겠다. 그 나이 때는 (나도 그랬듯이) 다 살아가기 바빠서 커가는 아이들과의 추억을 많이 만들지 못하니 말이다. ( 그럼 이 홈페이지를 조금은 더 아끼겠지. 나는 안보더라도 자기 새끼들 추억 보려고는 한테니 말이다.ㅎㅎㅎ)
간혹 동호회 잡지에서 투고 요청 공지가 뜨면 그 중에서 쓸 만 한 것을 다시 다듬어서 보내기도 했다. 수준을 떠나서 대부분은 성의로 실어주니 대부분 탈락되지 않고 활자화된다. 하지만 보령 수필대회나 한미 수필대회에 보낸 것은 지금까지 다 탈락했다. ㅠㅠ 그게 현재의 내 수준
이번 것은 내년 1월 2일에 발표 난다니 기대해본다. 나름 다듬어서 보냈으니 말이다. ^_^
그런데 나는 왜 글을 쓸까? 왜 글을 쓰면 편할까? 그냥 좋아서? 시를 쓰기에는 표현력이 모자라고 소설을 쓰기에는 줄거리 연결의 시나리오적 두뇌가 딸리니 만만한 것이 수필이다. 물론 수필에도 수준 차이는 천차 만별이겠지만 말이다. 순간 순간 떠오르는 내용을 메모 해 놓고 시간 날 때 컴퓨터 앞에서 자판을 두드리면서 계속 기분 좋게 옷을 입혀나간다. 기본 줄기에 좋은 옷으로 갈아 입힐 때 마다 내 기분이 좋다, 이쁜 아가씨의 맑은 미소를 보듯이 미소가 띈다.
(1978년 제주도 가족여행때의 관광지 티켙)
그럼 다른 위인들은 왜 글을쓸까?
“프로이트의 말에 따르자면 사랑받기 위해, 모파상의 말에 따르자면 여자들 사이에 인기를 얻기 위해 [...] 발레리를 좋아해서.” 그러나 이건 그다지 믿을 만한 말이 못 된다.
사뮈엘 베케트는 결정적인 답변을 했다. 잘하는 게 그것밖에 없어서...
몽테뉴는 그가 글을 쓰도록 이끈 것은 고독이라고 주장한다.
우울한 기분 때문이다. 따라서 내가 몇 년 전에 던져진 고독의 슬픔에서 생겨난, 나의 타고난 기질과는 상반되는 기분이 처음으로 글 쓰는 일에 끼어들 황당무계한 생각을 내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롤랑 가스파르는 말한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위해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그 일이 숨 쉬는 걸 더 편안하게 해주기 때문에.”
카프카도 사실 글 쓰는 걸 거의 생리적 욕구처럼 느낀다
내 신체조직 속에서 문학창작 쪽으로 끌리는 본성의 방향이 가장 생산적인 것임이 확고해졌을 때, 모든 것이 그 방향으로 쏠려 성적 쾌락과 마시고 먹는 즐거움, 철학적 성찰,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 쪽으로 쏠리는 내 재능의 일부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그 모든 쪽에서 나는 빈약해졌다.
( 중2 여름방학때 제주도여행가서)
=========== to be continued ============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6년 성탄카드 와 응급 구조 의료요원 자격증 (0) | 2016.12.28 |
---|---|
글을 쓰는 이유 (2) (0) | 2016.12.22 |
효진이 축생일과 탄핵 투표후의 선택 (0) | 2016.12.08 |
사소한 대 사건 (0) | 2016.11.20 |
수진이 작품 (0) | 2016.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