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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달력정리

옛날에는 쌓이는 것이 연말의 새 달력이었다. 요즘이야 경기 안좋으니 주고받는 선물이 없지만 과거에는 흔한 것이 달력이었다.
큰 것 작은 것 구별없이 참 많이도 들어왔다. 직원들도 안가지고 갈 정도 여서 남는 것은 주로 큰아이 그림 장난하는데 쓰이곤했는데 지금 생각하면참 아깝지만 남아도는 것이라 어쩔 수 없었다. 한때 그런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아무도 달력을 안준다. 어쩌다 주는 곳이 있으면 협박해서 (?) 몇 개 더 얻는다.
그런데 그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도 종류별로 있듯이 달력도 보면 참 가지가지다. 디자인이 투박하고 남루한 듯 하면서도 쓰기 편하게 되어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얼뜻 보기에 참 세련되고 화려한데 막상 쓰려면 공간이 좁아 실용도가 떨어지는 것도 있다.

항상 이맘때면 올해 쓴 달력을 정리하면서 새 달력에 기본적인 날짜를 옮긴다.
그러다보면 과거 한해동안 있었던 일들이 하나의 단편 영화처럼 그 당시의 냄새까지 다 느껴진다. 아직은 기억력이 남아있나보다.
1월달엔 항상 글씨를 고딕체로 잘 쓴다. 13일에 우리 건물을 지어주신 친구 부친의 갑작스런 소천이 기록되어있다. 시작은 몰랐는데 이것은 내겐 정말 황당한 일들의 시작이었다. 또 형규의 대학 입학 기념 온가족 첫 유럽 여행이 있었다.
2월은 미국 이승복박사님과의 만남 주선의 시작이었고 큰아들 졸업식과 몇차례의 입학 턱을 냈다. 이때는 치과에도 돈좀 썼다.
3월에는 아끼는 후배 수진이가 결혼했고 집사람 생일을 카드회사에서 전날 알려줘서 간신히 재앙을 막았다.
4월에는 PRP 치료 데모 한다고 달력이 좀 지져분하다. 친한 선배님 따님 결혼식으로 온누리 교회 다녀와서 나도 아이들 결혼식 준비를 위해 교회를 바꿔볼까 하는 생각을하다가 포기했다.
5월에는 브레멘 음악대 공연을 막내 수진이 친구들까지 모시고 가서 내가 하루종일 시중들었고 지금 서울시장된 박원순씨 강의 듣고 감동했었다.(시장으로 나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참 또 10년만에 다시 잡은 골프채로 스승의날 골프 주선을 몇 번하느라 돈좀 나갔지 이때.
6월1일에는 할아버지가 94세로 별세 하셨고 공짜쿠폰으로 정기 검진에 PETCT까지 하고 정상 판정받아서 술 한턱 쐈다. 부모님 모시고 처음으로 형규 대학 구경 같이 가서 손자 학교에서 인증 사진 찍었지.
7월에는 경추 견인 특허가 4년만에 나왔고 페이스 북에 점점 빠지기 시작했다.
8월에는 천정에서 누수가 발생되어 또 한번 난리 피우고 타일 공사는 부지기수였으며 서울시 주민 투표로 오세훈 시장이 물러나고 마음의 안정을위해 모든 것을 피해서 진관사 템플 스테이 다녀왔다.
9월에는 쌍벌제라는 별 이상한 법으로 사회 생활 하면서 추석 선물 하나도 받지 못하고 나만 직원들에게 선물 주고 또한 망설임 끝에 3층으로 병원을 확장했다. 그 법을 만든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은 벼락 맞지 않길 기도할 뿐이다. 열린의사회주최 아프리카 에디오피아의 진료 봉사도 실무자들의 실수로 내가 탈락되어 한동안 황당했다.
10월엔 단편영화 찍는 친구작품에 딸과 엑스트라로 출연하기로 했는데 시간이 안맞아 다른 친구가 대신했고 대구의 해인사 팔만 대장경으로 보러 고속도로에서 수시간을 헤맸다. 기대하던 서울대 성형외과 팀과의 smile for children 회원자격으로 참가하게될 베트남 의료 봉사가 2번의 연기후 결국 취소 되어 아쉬웠지만 덕분에 23일 단풍물든 춘천 마라톤의 첫 참가에 25km를 주파하는 좋은 경험을 한 것이 위로가 되었다. 내년 3월 동아 마라톤에서의 완주가 목표다.
11월에는 조금씩 망년회 참가가 늘고 아끼는 후배의 재혼 참가로 대전을 다녀왔다. 이번엔 행복하길 바란다. 진짜. 참 처음으로 내 블로그를 만들어 가꾸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지금은 글재주가 미비하지만 실망 없이 꾸준히 갈고 닦은 먼 훗날 내 이름의 책 하나 죽기전에 만들어보고 싶다.
12월에는 본격적인 망년회 시즌으로 골라가면서 모임에 참가하며 몸 사리는 달인데도 체중은 자꾸는다. 만남이 있으면 여러 이야기를 듣게 되고 기쁜일 뿐 아니라 마음 아픈 일들도 알게 된다. 산다는게 다 그렇다지만 참 가슴 아픈 사연들이 많은 세상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점점 느는 것이 지인 부모님들 문상가는 일이고 주는 것은 체력 한계의 여파인 술자리 모임이다. 한때는 결혼식 참가가 많았던 때를 지나 돌 잔치가 많았는데 이젠 문상가서 동창들을 만난다. 곧 자녀 결혼식으로 보겠지. 평범한 인간사들로 남들 하는 것을 그래도 비슷하게 하면서 건강하게 살아가고 싶은 욕심은 누구나 다 같을 것이다. 과거 반나절이면 회복하던 술자리 후유증이 요즘은 1~2일 가게되니

나같은 주당도 한달에 1~2번정도로 술 마시게된다. 일본 영화의 대사가 생각난다. '남자의 버릇중에 술, 여자는 나이들면 체력 딸려 결국 없어지지만 도박은 없어질 수 없으니 초반부터 고쳐야 한다'고...
신이 허락해주셔서 내게 주어진 시간을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아가면서 내일을 욕심없이 맞이해야겠다.
임진년은 나의 해다. 흑룡의 해라는데 내 삼재가 정말 내년이면 끝날까? ^_^
내년 이맘때에도 이렇게 달력 정리 하면서 글을 쓸 수 있길 바랄 뿐이다.
2011.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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