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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연말의 여유

매년 이맘때면 마음의 긴장이 연꽃위의 물방울처럼 망설임 없이 흐르면서 풀린다.
특히 1주일 간격인 설날과 성탄절이 일요일과 별개의 경우는 징검다리 휴일로 더욱 좋아 주일 내내 편하다.
직장의 오너인 나조차 쉬는 것이 좋으니 일반 직장인들은 얼마나 좋겠는가?
한해가 고개너머 흘러 조용히 지나간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전세계적으로나 국내에서도 그렇지만 나 자신에게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래도 차분한 마무리로 얌전한 추억되어 기억 구석에 남는다.
새해가 시작되면 시동이 천천히 걸리다가 봄기운을 느끼면서 가속도가 붙고 귓가의 여름 땀방울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으로 식히다보면
금방 마음 센티해지는 가을속이라 정신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면서 속도를 줄여가면 정신 번쩍들게하는 겨울이다.
내년에도 건강하게 연말을 보낼 수 있겠지? 정말 그럴까?
조심은 하지만 주위에서 놀람 행진곡의 일부인양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지인들의 건강상태를 보면 나는 아니라는 억지는 없을 것 같다.
삶을 얼마나 충실하게 살아왔는가와 건강간에는 상관관계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성숙한 삶은 죽음도 기꺼이 잘 받아주는 차이정도일뿐이다. (종교의 가장 큰 가치?) 내년 성탄절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마음에 진실로 와 닿는 분들의 지금 심정이 어떨까?
수 없이 보고 느끼면서 지나쳤던 눈덮힌 겨울의 시림을 마지막으로 느낀다면 정말 애잔한 추위를 느낄 수 있을까?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시림이 얼마나 아플까 싶다. 연락하고자 해도 감히 연락하기가 어렵다. 아픈 친구에게 해줄 말이 없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인데 ... 내게도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아직은 남의것 만 같다.
결국 아픈이에게 해줄 말이라야 내가 해 줄 것과 같은 뻔한 말이겠지. ‘힘내라’고...
항상 죽음과의 사투에서 선장겸 신의 참모 역할을 하는 의사들과는 달리 간혹 신을 찾는 수준의 삶을 사는 의사로서 마음은 솔직히 편하다. 오히려 죽음을 경외할 수 있어 좋다.
안그러면 성격상 염세주의에 빠져서 무척 씨니칼한 인간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우리집안의 자랑인 막내 숙부님께서 방송 기획사를 차려 창작 활동을 활발히 하고 계신다.
과거 ‘이문세쇼’,‘노영심 작은음악실’,‘이소라 프로포즈’ 등등을 창조해냈던 그 녹슬지 않은 기량으로 50대 중반을 넘어선 현재에도 ‘K-popcon’, ‘이수근의 바꿔드립니다’. ‘불명의 국가대표’, ‘음치들의 반란’, ‘ps I love 박정현’, ‘이소라의 두 번째 프로포즈’ 등을 만들어내신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옆에서 감동하면서 보고 있다.
마음에서 나오는 아이디어 하나로 시작되어 여러 경우가 첨삭되면 작은 씨앗에서 토마토 줄기가 자라듯 작품 방울들이 이루어지는 그 위대한 창작활동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의료 행위도 생명을 다루는 정도가 되면 아름답다기 보단 고귀한 창작 활동수준이겠지... 난 그 빈자리를 내게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로 조금씩을 채우고 있어 허전하지는 않다.
세상에 모든일들이 각자에게 얼마나 좋은 것인지는 다 최후에 알게 되는 것이니까.

주어진 여건에서 기쁘게 하루하루를 보내자. 내게 없는 것 보다 오히려 과분하게 주어진 것을 생각하면서 남은 몇일을 감사하게 보내자.
이런 마음으로 삶을 창작하려 애쓴다면 내년에도 좋은 기운이 올것같다. 혹시 아니어도 최악의 상황 보단 낫겠지.
참다운 삶이란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아닌 의미를 채우는 것이라 하지 않았던가?
모든 아픈이들의 건투를 빈다.
2011.12.26

                                                                  < 결론은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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