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든든한 아들 한명과 두명의 공주가 있다. 여우가 간혹 공주 흉내 내려하는데 단호히 잘라버린다.^_^
각자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났는데 성격은 신기할 정도로 각양각색이다.
큰아들 형규는 생각이 깊고 타인을 배려하며(좀 지나친면이 있어 가족보다 우선일 경우가 있다) 성실하다. 워낙 고교 시절부터 특수 고등학교 입학으로 떨어져 살고 대학도 지방의 의과대학 다니는 바람에 나와 대화가 별로 없지만 함양 박씨 집안 사나이끼리의 통하는 그 텔래파시로 서로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믿는다. 아주 든든하고 믿음직한 나의 분신이다.
큰딸 효진이는 성격이 무뚝뚝하다. 최소한 집안에서는 그런데 학교 선생님께서 간혹 수업 태도에 대한 지적을 하시는 것 보면 학교에서는
안그런 것 같다. 친구들이 많고 분위기도 곧잘 이끌어 간다니 다행이긴 하지만 공부에 방해하는 수준을 아니리라 믿는다.
얼굴도 이쁘고 마음도 착한데 표현이 선머슴 같고 겁은 많으면서 말투는 너무 뾰족하다.
막내 수진이는 우리집안의 보배다. 함양 박씨 집안의 일원답지 않게 애교가 넘친다.
위에 오빠와 언니가 있어서 그런지 생각도 또래에 비해 성숙하고 말하는 것을 보면 간혹 깜짝 놀랄 정도로 똑똑하다. 지금 초등학교 4학년이면서도 벌써 오빠 언니 할아버지를 따라 자신이 갈 미래의 학교도 정했단다. 대도 초등학교 졸업하고 숙명 여중 거쳐서 상산 고등학교를 나와 서울 대학교를 지나 하버드로 간다고 한다. 말이라도 이렇게 하니 내가 힘이 솟는다.
내가 퇴근하면 뛰어나오는 발자국 소리는 수진이것이다. 간혹 안들리면 어딘가 숨어있어 내가 찾아내야 한다. 간혹 뒤에서 소리 지르면서 나를 놀래키면 엄청 놀란척도 해주면서 하루의 피로를 푼다. 옛날 어르신들의 강아지라는 표현을 절실히 느끼는 순간들이다.
이런 수진이는 태어나자마자 고생을 많이 했다. 계획에 없던 고령 임신이 되면서 기대반 우려반으로 가족의 축복을 받으면서 태어났다.
태어나서는 심한 아토피로 고생하고 생후 1년 갓 지나서 머리 수술을 했다.
평생 걷지 못할 수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까지 가게된 모든 환경에 분노와 자괴감을 느끼면서 수많은 세월을 괴로움으로 보냈다.
아빠가 정형외과 전문의사이면서도 이렇게 만들었다는 것이 아무리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병원에서 일했다 하더라도 용서가 안되었고
아이들 돌보는 분들에대한 서운함도 쉽게 가시질 않았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담대히 받아들인 엄마는 꾸준히 희망을 버리지 않고 모든 최선을 다해 결국 삼성 병원에서도 인정하는 기적을 이뤄냈다.
재활 물리치료, 입원 주사 치료, 승마등 안해본 것 없이 수년간 주 5회로 정말 꾸준히도 했다. 집에서도 틈나는대로 기구를 이용해 물리치료를 시행하고 서있게 하는 기구에 묶어서 고정시키고 발목도 보조기 채워서 걷게 했다. 아래층에 거주자가 없는 2층의 집이라 수진이가 보조기
신고 걷는 ‘딱딱‘ 소리에도 우리 부부는 마음이 편했다. 엄마는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모든 정성을 쏟았으며 하루 24시간이 온전히 수진이를 위해 돌아갔다. 수년후 서 있게 하는 기구는 삼성 병원 재활 의학과에 기증하니 기적을 이룬 보조기라고 많이 고마워 했다. 그것을 통해 누군가가 또 기적을 이루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치료 대기실에서 잘 걷는 환아들을 보면서 많이 부러워했다. 처음에는 대 소변만 볼수 있길 바랬다. 그러다 자기의 힘으로 서있길 바랬고 조금 걸으니 뛰기를 바라고 나중에 리듬있는 춤까지 추기 바라게 되는 욕심으로 세월을 보냈고 수진이는 수많은 과정을 잘 따라와 주어 결국 목표를 이루었다. 이제는 대기실의 환아 부모님들이 수진이를 부러워한다. 오히려 멀쩡한 아이가 왜 왔냐 하고 재활 운동 선생님은 다른 환아들의 본보기가 되기 위해서도 돈 적게 받을 테니 조금더 나와주라는 부탁까지 듣는다.
지금도 아침에 깨우면 단 한번도 짜증내지 않고 얌전히 눈을 비비면서 일어나는 신기한 아이다. 모든 자신의 할 일은 아무리 피곤해도 꼭 해내고 밤 12시가 넘어 부모가 잠자더라도 숙제는 끝까지 끝내고 자는 독한 아이다. 아침 밥은 꼭 한그릇 맛나게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식성도 좋은 건강한 아이다.
누구에게나 있는 단순하고 평범한 일상사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내게 가르쳐준 보배다. 수진이를 통해 수많은 불행한 상황의 환우들이나
가족을 봤고 또한 그런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오히려 남을 돕는 아름다운 이들을 대하면서 멋진 세상을 알게 되었다.
이 과정에 큰딸 효진이는 부모의 사람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동생의 병 수발 때문에 가족의 모든 정성이 한곳으로 집중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자신이 옷 챙겨입고 머리를 자신이 아주 이쁘게 빗을 줄 알게 되었고 밥도 알아서 챙겨 먹었다.
학교 숙제도 도와주질 못했고 다른 형제들처럼 잘 때 책도 읽어주질 못했다. 친구 생일 잔치 가면 꼭 주머니 많은 바지로 갈아입고 먹을 것을 넣어왔다. (아마 부모가 간식을 신경 못써줘서 그랬다 생각하니 참 마음이 안쓰러웠다.) 이런 식생활로 결국 학교 선생님께서 지적 할 정도로 비만이 심해져 뭔가 잘못 되는 듯 싶었지만 어른들은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결국 본인이 노력하여 건강 회복하였지만 사실 효진이 성격이 조금 선머슴 같은 것은 부모의 사랑을 중요한 시기에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이라는 생각에 지금도 사실 많이 미안하다.
한참 어리광 피울 나이에 우울한 집안 분위기때문에 떼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아무도 신경 써 주질 못하고 혼자 모든일을 다 했다.
그러면서도 동생을 너무 사랑해서 잘 놀아주고 보살펴 주었던 착한 내딸 효진이.
이 효진이가 멀리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 갑작스런 결정이라 모두가 어리둥절 하지만 본인이 가서 꿈을 펼치겠다 하니 많은 우려속에서 보낸다. 고등학교 2학년이면 사실 본인도 쉬운 결정이 아니었겠지만 본인의 의지가 있으니 부모로서 도와주고 싶다.
중요한 시기에 부모가 해주지 못한 사랑을 돈으로 이제 보상해 줄 수는 없겠지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던 효진이에게 뭔해 새로운 인생을 위해 도움을 준다는 것이 사실 아빠로서는 기쁘다.
부디 모든 어려움을 굳건히 잘 견디고 이겨내서 건강하게 자존심넘치는 멋진 숙녀가 되길 바란다.
사랑한다 효진아. 그리고 진심으로 고맙다. 내가 사랑하는 나의 큰 딸 효진아 지금까지 잘 자라줘서 고맙다.
너는 내게 과분한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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