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전쟁 영화 중에 몇몇 여운이 남는 경우가 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존 밀러대위가(톰행크스 분) 7명의 부대원들에게
이야기한다. ‘내가 제일 두려운 것은 죽음이 아니라 인간성을 상실 할 까봐’ 라고. 전쟁후에 고향으로 돌아간후 자기 자신이 변해있을까봐 두렵다고.. 참 내 마음에 와닿는 대사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승부욕에 강하고 억척 스러운 면이 있는 것은 다 일제 식민지와 6.25 동란의 여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전쟁이 한번 발생하면 최소한 한세대 30년은 독한 말벌 같은 민심이 팽배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이 대사는 영화니까 하는 멋진 말이지 누구에게나 가장 두려운 것은 바로 ‘죽음’ 일 것이다. 죽는 순간의 고통과 함께 자신이 잊혀진다는 허망함이랄까?
그것을 피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희망‘이다. 그래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주인공 귀도(로베르토 베니니 분)는 도라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면서 아들 조슈아까지 얻었는데 전쟁으로 포로 수용소에 부인과 헤어져서 갇히게 된다. 그러면서도 귀도는 아들에게 이 모든 것이 장난이라면서 두려움 없이 희망을 잃지않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총살되어 죽는 순간까지도 아들 앞에서 유머를 잃지 않는다. 항상 재미난 장난으로만 생각하면서 포로 수용소 생활을 견딘는 조슈아는 연합군 탱크와 마주하며 현실로 건강하게 돌아온다.
물론 희망이 오히려 괴로운 경우도 있다.영화 <사랑을 위하여>에서 힐라리(줄리아 로버츠 분)가 간병을 하는 백혈병 환자 빅터(켐벨 스콧 분)와 사랑에 빠지는데 사랑으로 희망을 심어주려는 힐라리에게 빅터는 눈물로 호소한다. ‘당신을 사랑하면서 삶의 희망을 갖게 되어 너무나 괴롭다’고...‘살고싶다는 희망이 생긴 내가 너무 힘들다’고...
이렇듯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희망이라는 것은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축복중 하나인 망각과 함께 영원히 존재해야할 가치가 있다.
내게도 분명히 희망을 있다. 다만 나이에 따라 같이 색과 모양이 변해간다. 한때는 세상 모든 경험 다 하고 싶었고 어떤 때는 수술에 굶주려 가족과 떨어져서 남쪽 병원까지 가서 박봉 속에서도 수많은 수술케이스에 환희를 느끼면서 외과 의사 생활 하기도 했다. 개업해서 돈에
굶주려 보기도 하고 종교에 대한 미련도 많이 갖곤 했다.
지금은 뭐가 내 희망일까?
글쎄 50을 바라보며 체력과 지력의 한계와 모험심은 안개되어 사라지고 그저 소시민으로 가족과 건강하게 살면 좋겠다는 것이 희망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고 많은 곳을 여행하고 싶긴 하지만 뭐 과거처럼 죽도록 하고 싶은 수준은 아니다. 늙는다는게 이런것인가보다.
눈물나게 즐거운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속을 뒤집을 만큼의 분노도 별로 없다. 그저 모든일들이 다 내 살아온 과거의 업보에 대한 댓가라
생각하면서 하나하나 무심하게 넘어갈 뿐이다.
그래도 내겐 막내 수진이와의 하루일과 시작은 엄청난 기쁨이자 희망이다. 그런데 오늘부터 수진이가 방학이다. 한동안 혼자 출근해야하는 내가 안쓰러운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 문앞에서 배웅해준다 약속 했는데 정신없이 침흘리며 자는 수진이를 보며 충실한 아빠는 혼자 조용히 출근한다.
계속 이랬으면 좋겠다. 이게 지금의 내 희망이다.
나보고 100살까지 살라고? 야~~! 안돼~~!
2011.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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