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맞벌이 부부라 월 1~2회 정도 시장가면 왕창 물건을 산다.
한번 시장 다녀오면 한동안 먹을 거리 없이 지내는 것을 잘 알고있는 아이들은 눈을 부라리고 주문 사항이 많다.
잊어버릴 것 같으면 핸폰 메시지로 거듭 보내서 요구 사항을 당당히 써 보낸다.<고기,커피 딸기 초코우유,몽셀, 치킨너겟, 꼬꼬면, 사색볼펜>
부모님께도 연락해서 메시지 보내달라하면 항상 일정하다.<다마네기,마늘,고구마,과일>
과거 병실 운영할 때는 아마존 정글 탐험 가듯이 엄청난 양이었지만 지금은 많이 간소화 됐다.
아내를 뒤 쫒아 가면서 고른 물건을 받아 카트에 옮기면서 시식코너에 들려 먹는 것이 내 일이다.
같이 먹어보려는 옆사람 있는 줄 뻔히 알면서 이쑤씨개로 접시에 있는 것 한꺼번에 몇 개씩 다 찍어서
접시를 비워버리며 먹는 사람들 보면 쥐어밖아주고 싶어지곤 한다. ' 아니 저 인간이 내가 고른것을.... '
처음엔 아무생각 없이 머슴처럼 일만 했는데 요즘은 조금씩 물건고르는 법을 배우고 있다.
사과는 어떻게 생긴 것이 맛나고 감자는 어떤 것을 골라야하는지등 무의식중에 알게되는 것이 재미있다.
채소에서 나는 흙 냄새도 과거 학창시절 산행의 추억과 연관되어 기분이 참 좋아진다.
흙을 사랑하는 것을 보니 아마 나도 나이가 들어가나보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이런 시장에 오면 삶의 기운을 받게 된다.
물론 남대문 시장에 가면 그 강도가 엄청나게 커지지만 여기도 비슷해서 사방에서 열심히 그러나 조용히 소리 지르면서 호객행위하는
점원들의 노력과 계곡물 흘러가는 듯한 군중들과의 부대낌속에서 살아있는 기분을 느낀다.
백화점의 화려하고 귀족스러우며 우아한 분위기보다 이런 분위기가 내겐 더 호감으로 다가온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건강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는다.
아무리 봐도 가격의 상대적인 가치는 기억 못하지만 많은 상품들 속에서 나의 마음을 풍성하고 배부르게 한다.
이 많은 물건들을 이 많은 사람들이 먹고 버리니 지구가 어떻게 되어갈이지 뻔하지만 이것 역시 살아가는 역사의 한 기록들로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동네의 외국 대형 할인점인 코스트코나 국산 할인점인 이마트등도 가까이 있지만 그래도 사람 냄새 나고 뭔가 정신 없으면서도
향긋한 풀내음이 물씬 나는 농수산물 하나로 시장이 좋다.
내가 중학교때 시골에서 외할머니 소개로 한 아이가 식모로 올라왔다. 월급없이 그냥 먹고 자게만 해달라고 보내셨다.
그 당시만 해도 주위에 그런 여자아이들이 친구집에 많이 있었다. 나보다 1살 많은 여자아이였는데 한글도 모르는 아이였다.
어머니는 성실한 그 아이를 한글 교육 시키면서 나중엔 국내 대기업 공장에 취직 시켜주고 그곳에서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하고
잘 산다는 연락을 한동안 받았다. 그 연락하는 마음을 이제야 이해할 것 같은데 그 당시는 난 그냥 덤덤하게 보냈으니
사회생활 먼저한 사람은 확실이 그만큼 인간적으로 고귀하게 성숙되는 것 같다.
그런 시절이 1970년대 중반이니 불과 30여년 전 일이다.그때를 생각하면 우리는 지금 참 잘 살고 있는것이다.
그래서 보다 더 고차원적인 요구 사항이 넘치는 정신없는 민주주의 사회가 되어가고있지만
건강한 민주주의는 다양한 소용돌이를 먹고 산다고 하였으니 오히려 잘된 일이다 싶다.
일사분란함이 인간세상에서 너무 강요가 되면 언젠가는 곪아 터지게 되어있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결코 아니니까 말이다. 삶은 여유로운 곡선이어야지 결코 직선일 수 없다.
하지만 그래도 어느정도는 길이 길 다와야지 너무 곡선이면 될일도 안되니 적당한 중간점을 찾아가는 현명함이 요구되는 요즘이다.
이런 세상이 언제까지 잘 유지되어갈 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인지할 수 있는 세월동안은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내 아이들이 편하게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떠나고 싶다.
올해의 정치 선거들도 그런 내 마음에 보탬이 되는 인생의 한 과정이었으면 한다.
201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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