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참 힘이 없다. 그냥 이유없이 만사가 다 귀찮다. 이게 그런건가?
아이들은 건강하고 성실하게 잘 크고 아내 역시 직장인으로서 맏며느리인 집안의 기둥으로 슈퍼우먼처럼 잘 살아 내가 든든하다.
부모님 건강도 좋으시고 내 병원도 그럭저럭 되는데 무슨 이유인지 마음의 힘이 없다.
남자도 갱년기가 있나? 아님 한가해서 정신 나사가 빠졌나?
알량한 하우스 푸어로서 갚아야할 빚을 생각하면 정신 바짝 차려야하는데 괜히 모든 것이 귀찮다.
술마시면서 활발하던 그 모든 이야기들은 항상 과거 추억 속이 현재보다 더 낫다는 근거없는 말장난으로 포장되어있다.
대인관계에 오버하면서 적극적인 사람인양 떠드는 것도 이제는 지겹다. 내 자신을 치장하는 것도 이젠 그 뒷심이 없다.
항상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긴 하는데 제대로 마무리 되는 것이 없는 것 같다. 이리 찝적 저리 찝적....
도대체 하는일에 재미가 붙질 않는다. 물론 재미로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원초적인 자극도 없다.
자극을 피할 수 있어 피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타성에 젖어 야생성을 잃어버린 나무위의 표범이 되어버린 꼴이다.
의미를 부여해야하는데 도대체 될만한 의미가 없다.
사실 살아가면서 거창한 의미가 꼭 있어야하는 것도 아닌데 왠 의미를 그렇게 찾아다니는지 원...
내가 즐거우면서 나로인해 피해보는 사람만 없다면 무엇이든 상관없는것이데 내가 뭐라고...
이번에 또 새로 시작하는 것이 있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라 나 역시 긴장하면서 대하는데 이 모임 역시 자기 PR 시대의 전형적인 모임으로 세상을 알기위해
시작하긴 하는데 좀 그렇다. 교수도 아닌 일개 개업의사로서 그런 모임에 들어갔다는 자체가 좀 우습긴 하지만
그래도 강의 내용을 보면 내게 많은 도움이 되니 그것으로 만족 할 까 한다.
내가 살아온 길이 결코 덧없지는 않은데 지금의 내 위치가 너무 처량한 것 같다.
나의 과거에 쏟은 정성수준에 비하면 사실 오늘날의 결과가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닌데 괜히 상대적으로 너무 높은 곳만 쳐다보니
내 주머니가 괜히 더 가벼운듯하다. 이놈아 제발 정신 차려라.
나보다 나은 사람들의 치열한 과거의 삶을 생각한다면 내가 그런 근거없는 열등감 갖는다는게 오히려 우스운 일이다.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노력으로 이룬 그만한 가치가 있는것이고 나 역시 그나마 이정도의 삶이면 진정한 마음으로 감사해야 한다.
그래도 이렇게 살다가 그냥 떠나는 인생이라면 참 허망하다 싶다.
나 자신이 뭔가 그럴싸한 일을 할 사람으로 알았는데 결국 가정을 가꾸는 家長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것만도 잘 하는것이라고 위안 해야하나? 그래야겠지? 사실 이것도 억울하게 건강상 못하는 가장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에겐 무슨 죄가 있겠나? 입 닥치고 감사해야하지 않겠나? 그들의 아픔을 안다면 도저히 이럴 수는 없다.
내겐 아직 내일이 있다.
그래 이정도로 우울 모드는 적당히 끝내자. 더 이상 투덜대지 말고 말이다.
하고 싶고 해야할 일들이 아직 많다. 비행기 비즈니스 석도 못타봤고 여행도 가보지않은곳 투성이다.
독서로 무식한 나의 교양을 늘리고, 악기를 다루며 노년을 기약하고, 회화도 하면서 약간은 유식한 노년이 되게하고,
한자도 배워 고전을 원문으로 좀 보고, 운동도 하면서 건강하게 70까지는 배낭 여행가는등 정말 할 일이 많다.
벌써 노인 타령인가 싶으면서도 좋은 노인이 되려면 중년인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 하리라.
하늘이 맑아야 저녁 노을이 아름답게 타오르는 법이다.
인생 계급장만 가지고 목에 힘 줄 세상이 아니다.
다시 시작하자. 언제나 그랬듯이.
한번 더.
2012.3.12
<교수등급>
A : 어려운것을 쉽게 설명하는 사람
A+ : 들은 사람이 깨달은 충격에 말문이 막힌다 "....."
A0 : 들은 사람이 서로 칭찬한다 " 역시 대단해.."
B : 쉬운것을 어렵게 설명하는 사람
C : 정석을 무시하고 자기 소견을 정석인양 억지부리는 부류
<교수의 나이대별 변화>
30대 : 무지 어렵게 가르친다.
40대 : 중요한 것만 가르친다.
50대 : 아는 것만 가르친다.
60대 : 기억나는 것만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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