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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이별 연습 (1)

이별연습
단골 헬스장의 폐업

내가 사소한 일을 너무 오버 하는 것 같긴 하지만 뭔가 불편하다는 것은 어쩔수없다. 작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말씀도 자꾸 생각난다.
“열심히 후회 없이 살아왔고 다 이루고 모든 것을 다 갖추었는데 벌써 떠난다니 이게 뭐냐?”
그래도 전혀 분노를 표현 안하시고 인내심 속에서 편하게 삶을 정리하셨다. 내가 못할 위대한 정신력을 우리 가족들에게 보여주셨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게 되시는 아버지 곁에 있으면서 나도 많이 아팠다.
‘봄꽃이 이렇게 이쁜지 처음 알았다‘고 하셨던 말씀을 요즘 다시 그 자리의 봄꽃을 보면서 추억한다. (세상은 변함이 없이 나와 무관하게 그저 반복될 뿐이다.) 이성적으로는 세상이 원래 그런 것 이라 머릿속에서 말하고 있었지만 마음으로는 충분히 이해 못할 나이이자 정신 상태였다.


과거 나의 모교인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구, 우석대학교) 건물이 혜화동에 있었는데 안암동으로 이전하면서 건설 회사에 부지가 팔려서 다 허물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도(1990년) 찾아가보지 않을 정도로 과거에 대한 미련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 안암동에 의대건물을 증축하면서
산악부 써클실이 없어진다는 소식을 듣고(2008년) 당장 달려가서 모든 기록을 내가 챙겨 왔다. 과거를 기억하려는 것을 보면 그 사이 내가
나이가 든 것이다. 산악부 써클은 이제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요즘은 의대에는 산악부, 검도부 등 운동 동아리는 다 없어지고 와인 클럽등 우아한 것만 있다한다. 물론 동아리 활동을 안 하는 학생들도 많다니 세상 인심이 많이 달라졌다.

내가 본과 학생시절인 1980년도 중반에 여러 선배님들 가족이 홈커밍 데이 행사로 학교를 방문했다. 1960년대 의대를 나와 ( 그 당시는 우석대학교나 서울여의전) 미국으로 이민가서 의사로 성공하신 분들이다. 본인들이 앉아서 수업받았던 의자를 자녀들에게 설명해주면서 친구들과 추억에

잠겨있던 모습이 생각난다. 사실 그때 우리는 형편없이 낙후된 의대시설에 불만을 많이 갖고 있어서 그런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다. 솔직히 나는 초등학교때부터 줄곧 라지에이터 난방되는 학교를 다녔는데 대학에서 처음으로 석유난로 피우는 학교를 다녔으니 황당할 뿐이었다. 처음부터

학교에 대한 정이 정말 없었다. 고려대학교 본교는 전통이라도 있는데 의과대학은 (김수근씨가 건축한 본관건물 제외하곤) 전통도 없는 현편없는 건물이었다. 한때 교내에서 영화 촬영을 하고 있어서 궁굼해 물었더니 ‘1930년도 배경으로 병원 장면을 찍을 곳이 이곳 밖에 없다’ 해서 동기들하고 씁쓸하게 웃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은 그 당시 학교의 사진을 남기지 못 한 것이 너무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도 내 청춘이 물들어있는 귀하고귀한 정든 교정이었는데 말이다.)


그런 내가 요즘 가벼운 이별 연습을 하고 있다. 나의 뜻과 다르게 어떤 장소에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으려니 많이 아쉽다. 아주 사소한 일이지만

결국 모든 이별이라는 것이 이렇게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갰지. 그리고 모든 것이 다 그렇듯이 곧 전부 잊혀 질 것이다.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폐업하는 상가가 많다. 그나마 무풍지대라는 미용전문의원도 폐업하는 세상이니 뭐 별일은 아니지만 그 동안 내가 관여되어온 곳 중에서 폐업 한 곳은 사실 한군데도 없었다. 그 만큼 밖으로 많이 다니지도 않았고 단골 술집을 잡아놓은 것도 없으니 그렇겠지만 하여간 타의에 의해 떠나게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내가 다니던 헬스장이 경영악화로 폐업하게 된 것이다.

 

                 ( 1983년 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우리 산악부 동기의 인연, 1970년대부터 써왔던 산악부 써클실 간판을 간신히 구했다. )

                                                                                  ( 아저씨가 된 나의 산악부 후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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