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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관용 기록집

현 상황의 실체( 펌 )

퍼온 글: 정확하게 봄
 
국내 굴지의 대기업 S사 다니는 노예 40대 아재다.
거족적 구국 운동의 명운이 걸린 듯한 의대 증원 이슈가 하도 시끄러워 몇 자 끄적여본다.
 
‌의대 정원 사태의 본질은 '세대갈등'이다.
 
정부가 뜬금없이 '의료개혁'을 외치며 의대 증원을 밀어 부치는 진짜 이유는, 눈 앞에 마주한 '건강보험 재정 고갈'일 것이다. 이 진짜 목적에 대해 명확히 설명을 안하고 '정부는 오직 국민의 건강만을 생각하는 천사'고 '천사의 말을 안듣는 의사들은 악마'라는 프레임을 씌워 특히나 힘 없는 젊은 의사들만 가둬 패고 있으니, 의료계와 정부 측의 타협 접점이 전혀 찾아지지 않는 것이다.
 
대다수의 바쁜 국민들은 천사의 계획을 방해하는 '악마' 의사들을 쓰레기 집단으로 매도하며 괜한 분풀이를 하는거고. (돈도 많이 버는 것들이 감히?) 더욱이, 현재 정부 측에서 이번 정책을 추진하면서 이 '의료개혁'으로 인해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핵심 이해관계자인 전공의와 의대생의 입장을 완전히 배제한 건 물론 이들에게 '구속, 체포, 직업 자유 제한, 출국 금지' 등 중범죄자를 다루듯이 고압적 발언을 쏟아낸 것은, 소위 'MZ세대' 정도야 찍어 누르면 된다는 명백한 시대착오적 실책으로 보인다.
 
앞으로 한국사회 곳곳에서 더 자주 마주하게 될 세대갈등이 압축적으로 드러나는 단면이기에, 이번 사태가 어떻게 풀려나가는지 냉정하게 지켜보고 향후 점증할 세대간 마찰에 대해 각자의 위치에서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해 보는 것이 좋겠다.
 
 
정부는 왜 솔직할 수 없을까? (내가 대통령이라도 뭐...)
 
2028~2029년이면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되는 정해진 미래가 우리를 기다린다. 결국 인구구조상 현재의 50~60대 대비 생산연령 인구가 압도적으로 적은 현재의 40세 이하 세대가 납부해야 할 건강보험료 (또는 건보재정 정부지원금을 충당하기 위한) 세금이 엄청나게 높아질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국민연금과 더불어 향후 가장 큰 세대갈등 증폭의 뇌관이 바로 이 건보재정 고갈 문제인데, 이 심각성을 인지조차 못하고 있는 국민이 대다수다. 왜? 굳이 정부 입장에서 세세히 알릴 필요가 없으니까. 알린다한들...우리나라 국민들은 하루하루 살기가 너무 바쁘다.
 
이런 불편한 진실을 국민에게 인식시키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서 미래를 대비하는 일을 현 정권도 못하고 있고, 역대 정권들도 당연히? 해내지 못했다. 결국 국민 다수의 건강보험료, 세금을 올리는 일은 표를 깎아 먹는 일이라 서로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결국 여기까지 온 것인데...현재의 건강보험 구조를 반드시 바꿔야만 머지 않은 미래의 재난적 '의료 붕괴'를 막을 수 있기에 현 정권이든 차기 정권이든 의료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어떻게든 현재 시스템의 변혁을 꾀할 수 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정부도 분명 할 일이 뭔지 알고는 있다. 국민들 앞에서 솔직하지 못할 뿐...
 
의료개혁에 의사 수가 왜 더 필요해?
 
소위 이 '의료개혁'은 정권의 색깔에 따라 다른 양태로 나타날 것인데, 야당은 의료 서비스를 공공재 성격이 강한 공공의료로의 변화를 표방할 것이고, 여당은 궁극적으로 의료 민영화를 추구할 거다.
이 두 가지 다른 의료개혁의 모델 중 무엇이 됐든 간에, 실제 추진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의사 수의 절대적 확대다. 왜? 건보재정이 모자라니까. 의사 수를 늘려 의사에 대한 보상 체계를 대폭 낮추고 곳곳에서 싼 값에 의사를 쓰겠다는 것이 두 가지 의료개혁의 공통점이다.
 
의사의 수입은 유한한 건강보험 재정을 기반으로 정부가 수가로 통제하는데, 의사 수가 늘어난다고? 건보 재정은 고갈되고? 향후 의사들의 수입 구조, 보상 체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도 있는 문제란 말이다. ('의사 수를 늘려 무한 경쟁을 유도하라!'는 말은 온전히 맞는 말은 아니다. 의사의 수입은 이미 국가의 통제를 받는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일단 손쉽게 '부릴' 의사 수를 늘려 논 다음에 게임을 시작하자는 것인데, 공공의료는 의사를 국가에서 반공무원처럼 고용해서 '배치'하려 할 것이고, 의료민영화는 의료사업의 영리화를 열어주고, 민간보험을 끌어들여 의사를 자본집단에 '종속'되게 하는 구조다.
 
정부 입장에서 의사를 싸게 '쓰겠다'라는 개념이 양쪽 모두 핵심인 것이다. (이 중 뭐가 됐든 현재와 같은 양질의 의료 서비스는 돈 없으면 '적시에' 받을 수 없다...ㅋ 안타깝게도 이 무서움을 대다수의 국민들은 모른채, 의사 수가 많아지면 무조건 좋은 줄 안다...아이고)
 
 
꺼억~ 우리는 다 먹었어. 계산은 늦게 온 너희가 해~
 
그럼 그 의사들을 주로 쓸 사용자는 누구냐? 바로 지금의 50~60대다. 1,2차 베이비 부머로 대표되는 현재 한국 정치, 경제, 사회의 중심 세력이자 앞으로도 그 기득권을 쉽게 내려 놓지 않을 그 세대들이다. 그들도 늙는다고? 그렇지. 다만 투표빨이 전부인 민주주의에서 같은 세대의 머릿수가 많을수록 정치적 이득(이로인한 경제적 이득)은 많이 가져갈 수 밖에 없다. (이 나라의 부동산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위의 두 가지 방식을 다 성공하지 못한다면...? 결국 몇 년 뒤부터 건강보험료나 세금을 대폭 올려 걷을 수 밖에 없을 거고, 결국 현재 20~30대는 소득의 상당 부분을 거기에 바쳐야 한다. 물론 그것도 역시 베이비 부머 세대들이 결정을 할 것이고...이제나 저제나 지금의 기득권 50~60대는 꽃놀이패라 이거다. 벌써 그들은 20대때부터 그것을 깨닫고(민주화), 30대 때부터 사회의 주요 세력으로 자리를 잡더니(386), 부동산 시장을 장악해 소득 격차를 벌리고, 이제는 건보와 연금까지 독식을 하려 한다. 386, 586...아마 986이 될때까지 그럴거다. MZ로 대표 되는 요즘 젊은 세대는 저들이 관속에 들어가기 전까지 쉽사리 이 사회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없을 것 같다.
 
 
나랏님, 출산율이 걱정이라구요? 정말?ㅋ
 
이제 보이나? 지금 정치권에서 외치는 '의료개혁'이 여야가 주장하는 그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든 간에, 결국 피해와 부담은 아랫세대가 지는 것이다. 여야의 싸움이 아니라 세대 간의 싸움이 이 갈등의 본질이다. 인터넷 곳곳에서 '월드컵 이후 여야가 하나되어 밀어주는 정책', '윤XX은 싫지만 이 정책만은 응원한다' 등의 댓글이 달리고, 언론도 이를 부추기고 있는데...정부는 이에 고무되어 브리핑할때마다 상당히 감정적인 어조와 표현까지 섞고 있다.
굉장히 놀랍고 한편으로 개탄스럽다. 특히, '어린 것들이 감히?'라는 생각을 가진 듯한 겁박, 폭력 시위가 1도 없는데 짜맞춘 듯이 경찰청장, 검찰총장, 법무부장관이 순서대로 등판해서 병원에 경찰 병력을 투입하고, 검사까지 파견해 지원하겠다고 하는데...이게 정말 이 정도의 일인가? 모든 내각이 달라붙어서 다룰 국가 차원의 국정 Agenda는 '전공의, 의대생 때려잡기'가 아니라 '건보재정 파탄'과 이에 따른 '미래 세대를 위한 구체적 대책 마련' 정도가 되어야 하지 않겠나?
 
본인 세대들이 당했던? 방식대로 그대로 쥐잡듯이 일망타진하겠다는 심보인데...글쎄? 세상은 아주 많이 변했다...이런 어른들이 만들어 논 세상을 보니, 애를 낳고 싶을까 싶다. 합계 출산율이 0.5까지 떨어지면 '결혼 강제 명령', '임신 강제 명령'이 나오고 경찰 병력이 투입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카르텔'은 전공의 + 의대생이 아니라, '찐'기득권과 자본집단임을 기억하자
 
의대증원 사태는 의사, 의료 단체에서도 세대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를텐데...전문의를 이미 취득한 의사들도 '필수의료패키지'로 인해 피해가 없진 않겠으나, '탑티어소득'을 경험이라도 해봤으니, 현 사태를 통한 박탈감은 전공의나 의대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할 것이다. 이미 '사용자, 자본가' 반열에 오른 나이 지긋한 개원가 의사들은 향후 '양산형 저가 의사'들을 싸게 쓸 수 있다는 생각에, 마지못한 웃음 정도는 지을 수도 있겠다. 종합병원, 의료재단들은 '전공의 노예들이 도망가서 힘들어 뒈질거 같아요!' 라고 외치면서도 정부가 나서서 '노예를 잡아올 뿐 아니라 공급까지' 늘려준다니 가슴이 뛸 것이고, 더욱이...학생 수 줄어서 망해가는 대학들의 이사장, 총장들은 두 손 들고 쾌재를 부르며 '감사합니다 정부님'을
 
 
 

지금 시기에 필요한 건 법을 준수하는 거라 생각한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법과 원칙대로 진료하기...상급종합병원부터 모범을 보이자. 교과서적 진료를 하자.

다른 하나는 국제적 연대다. 한국의 상황을 널리 알려야 한다. 의사의 전문적 자율성은 전 세계 의사가 공유하는 근본 가치다. 각 학회 단위로 알려야 한다.

누가 환자를 포기했는가?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외래 다 돌아간다. 환멸을 느낀 전공의들이 사직했을 뿐이다.

의사집단을 파괴하면 그 다음부터는 전문직업성도 직업윤리도 아무 것도 없다. 환자 곁에? 교수나 전문의는 떠난 적도 없다니까.

정부의 노비가 되면 그저 시키는 대로 할 뿐이다. 노비는 자율성이 없다. 자율성이 없으면 책임도 없고 책임도 없으면 당연히 윤리도 없다. 오로지 법이라는 속박만 남을 뿐이다. 감옥 가기 두려워 진료하는 의사에게 뭘 기대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