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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흘러 지나가는 세월

얼마전 막내 학교 숙제로 강낭콩을 키워봤다.
먼저 젖은 휴지에 1~2일 덮어놨다가 1cm 깊이로 흙에 옮겨 심는것이라 간단하다 생각했는데 2주일이 다 되어도 변화가 없었다.
결국 죽은 씨앗을 잘못 샀다 생각하고 포기하고 있는데 어느날 감자기 “안녕하세요?“ 하고 싹이나타나더니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란다. 기존 떡잎을 영양분으로 알아서 다 사용하고 지지대가 없으니 주위것하고 서로 의지하며 꼬여서 하늘로 자라간다. 상황에 맞게 자신들이 알아서 적응해 가는 것을 보니 생명의 신비란 것이 이런것인가 싶었다.
나는 물만 주는데 햇볕 바람 등 자연의 혜택을 받으면서 잘 자란다. 정말 살아 숨쉬고있다.


내 아이들도 온 우주의 기를 받으며 잘 자란다. 매년 오는 어버이날이지만 막내 수진이 때문에 항상 새롭다.
이미 장성한 아들과 큰딸은 이제 어른 노릇하는데 나날이 새로워지는 강낭콩 줄기처럼 항상 감탄을 느끼게 해주는
막내의 모든 짓들이 다 신기하고 기쁘다. 어려운 과정을 다 견디고 하늘의 사랑으로 건강하게 자라주니 더 없이 감사하다.
오빠 언니는 막내가 자꾸 나이들어가면서 귀염성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지만 내가보기엔 아직도 한참 애기다.
權不十年권불십년 花無十日紅화무십일홍 (권력은 십년을 가지 못하고, 꽃은 열흘을 붉지 못한단다) 이라 했는데 부모의 사랑만은
영원한 것 같다. 난 어떨지 모르지만 나의 부모님을 보면 그런 것 같다.
작은 키에도 춤 배워 친구들을 가르쳐 주려하고 밤늦어 그냥 하지말고 자라는데도 학교 숙제 끝까지 혼자서 해놓고 자는 내 막내 수진이...
오빠 언니가 있어 벌써 대학 입시에 주워들은것은 있어서 중학교는 숙명여중( 언니학교), 고등학교는 상산 고등학교(오빠), 대학은 서울대학으로(할아버지) 가서 학교 선생님(엄마 원래꿈) 한다고 말한다.
결혼은 안하고 아빠하고 산다니 아직은 내가 미래의 그놈보다 낫다고 자부한다.^_^
‘서울대학교 가려면 이정도는 열심히 해야해’라며 웃기지도 않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참 환경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벌써 학원은 어떤 학원 다닐 것이며 커거 뭘 할지 생각이 있는 것 같다.
큰 아들은 그맘때 일기장에 - (학원 숙제 많아서 힘들어) 죽고 싶다- 라고 쓰는바람에 우리 부부는 놀라 학원수를 줄여야 했고
큰 딸은 사춘기를 확실히 우리 부부에게 각인 시켜주는 고마운(?) 선물을 줬다. 그때 삐딱하게 나가는 자기를 잡아 줘서 감사하다는 편지를 보냈었는데 내 보기엔 아직 잡히지 않은 것 같다. ^_^ 그래도 꾸준히 열심히 해주는 딸이 사랑스럽고 대견하고 고맙다.

아내는 몰라도 난 평생 살아오면서 머리 좋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항상 남들보다 더 하는 노력파이면서도 성과가 없어 고민하는 평범한 수준이라 오히려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동창 친구도 많았던 것 같다.
천재스타일의 부러운(?) 친구들은 솔직히 재수없었다. ^_^
삶은 항상 진행형이라한다. 인생무상人生無常즉 인생에 변하지 않는 것을 없다는 뜻이니 단 1초도 변화속에 사는 것이다.
같은 시냇물에 발 담글수 없듯이 내 자신이 자연의 순리대로 변화된다면 가능한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싶다.
강낭콩이 위로 자라듯 막내 수진이가 성숙되어가듯 내 속의 변화도 그만큼 빠를 것인데 다만 눈에 보이지 않으니 모를 뿐일 것이다.
세월의 흐름을 큰 바가지로 퍼 마시면서 즐기리라.
어쩔 수 없는 작은 바가지라면 더 자주 퍼마셔가면서 내 곁을 도도하게 흘러 지나가는 모든 것들을 편한 마음으로 지켜보리라.
나 만의 세상이 아니니 내게 주어진 만큼만은 최대한 가꿔봐야겠다.
그리고는 편하게 놔주고 떠나리라.

나보다 먼저 떠난분들중에 나보다 못난분 하나 없었다. 항상 감사하며 자신을 알아가고자 한다.
20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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