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중에 제일 좋은 날이 5월이다. 객관적인 날씨도 그렇지만 주관적인 평가도 아마 대부분사람들의 생각이 그렇지 않을 까 싶다.
특히 요즘처럼 겨울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갈수록 짧아지는 온난화 시기에는 더더욱 봄의 따스함을 만끽하고 싶어진다.
금전적으로는 출혈이 많은(?) 달이지만 건강해야 누릴 수 있는 축복이니 이럴 때 쓰려고 열심히 일하면서 모으는 것이 돈이라 생각된다.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이 연속되어 사람 구실을 할 이유가 많은 계절이다. 물론 과거보다는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기념해야할 일들을 잘 챙기지 못하는 것이사실이지만 항상 마음만은 빚진 기분으로 감사하고 있다.
어제는 막내 수진이가 운동회를 했다. 아내는 다행히 직장이 노동절 휴일이라 학교 운동회에 참석해서 사진을 찍어 내게 핸폰으로 보내준다. 진료실에서 마음만 수진이와 함께하니 답답하긴 했지만 솔직히 운동장에 땡볕아래 가만히 앉아서 아이들 구경하는것도 내 성격에는
딱 10분이다. 확실히 모성애는 대단해서 몸약한 아내는 처음부터 끝까지 참관하고 귀가후 혼수 상태로 뻗었다. 내가 축구 경기한다면 몇분 구경하다가 피곤하다고 집에갈 사람인데 말이다.
수진이는 항상 뛰는 것을 걱정한다. 혼자서 하는 경우는 나와 북한산 등산도 정상까지 잘 올라갈 정도인데 친구들과 함께 하는 계주는
자기로 인해 친구들에게 피해 갈 까봐 무척 걱정한다. 사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내 마음은 그냥 아프기만 하다.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는데 운동회 전날 까지 담담하게 달리기 한다고 내게 자랑하더니 막상 당일 아침에 발목 아프다고 못뛴다는
편지를 선생님에게 써달라고 조른다.
너 그럴줄 알았다고 내가 찔리는 농담하면 눈물 흘리면서 아빠는 나를 의심하냐고 대들면서 조목조목 따진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눈물 흘리면서 이렇게 할말 다하는 아이는 처음본다.
어린아이도 머릿속에 생각은 다 어른과 같은 수준인 것 같다. 걱정, 배려, 자존심, 수치심, 분함 등등.
항상 건강하게 잘 자라 춤도 잘 추고 공부에도 욕심 많은 수진이에게 고마워하며 하늘에도 감사한다.
과거 1970년대 내 학교(여의도 국민학교) 가을 운동회때가 어렴풋이 기억난다.
빌딩숲인 지금과는 다르게 건물이라곤 시범 아파트 밖에 없고 저 멀리 국회의사당이 중간 건물이없어서 훤히 보였던 것이 여의도의 과거다. 여의도 허허벌판에서 운동회를 할 때 한번 바람 불면 모래바람이 점심을 맛나게 먹고있는 우리들을 덮친곤했는데
그래도 그저 도시락을 몸으로 가려가면서 맛나게 먹었다.
요즘은 버스 대절해서 단체로 멀리가는 초등학교 소풍이지만 당시에는 멀리 못가고 걸어서 한강변을 돌아
국회의사당 뒤쪽 한강변으로 가는 것이 다였다.
그때도 모래바람과 함께 맛난 점심을 먹었던 것이 내 소풍의 추억이다.
지금보다 재료가 형편없었을 김밥과 칠성 사이다의 멋진 조화가 얼마나 나를 기쁘게했었던가?
먹다가 모래를 씹어도 그냥 웃으면서 뱉고 맛나게 먹었던 나의 추억을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봤자겠지.
그래도 내겐 아름다웠던 추억이 있으니 행복한 사람이라 믿는다.
5월은 푸르니 너희들 빨리 빨리 자라라. 이미 다 자라 꺾이고 있는 나좀 편히 살자. ^_^
5.2
< 지금은 벚꽃나무들로 화사한 여의도 윤중제길, 내가 70년도후반에 밤마다 달리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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